ECB 2연속 0.75%p 인상 한국 추격연준 이번주 4연속 자이언트스텝 예고금리인상 랠리에 빅스텝 vs 베이비스텝 고민
  • ▲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뉴데일리DB
    곳곳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빗발치지만 글로벌 긴축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긴축행렬에 다소 늦게 동참한 유럽,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금리인상폭을 넓히며 추격하고 있어 우리 통화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는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이다. 이에 따라 ECB 정책금리는 1.25%에서 2%로 껑충 뛰었다. 지난달 9.9%에 달했던 유로존 물가 상승률을 꺾기 위해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전례없는 인플레이션에서 매우 놀랐으며 이는 통화정책 기조변화를 요구했다"며 "긴축에 집중하고 일을 완수한 다음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또 "이미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할 일이 더 많다"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도 내달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0.75%p 인상이 유력하다.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4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기준금리 상단은 4.0%에 도달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3.0%보다 1%p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역시 추가 금리인상에 적극적인 표정이지만 여건은 좋지 않다. 올해만 2.0%p 인상했지만, 물가상승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데다 지나친 금리인상으로 시장 유동자금이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7월 역대 최고치인 4.7%를 기록한 뒤 8월(4.3%)과 9월(4.2%)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10월 4.3%로 다시 반등했다.

    널뛰는 물가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기침체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9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6% 감소하고 소비는 1.8% 급감했다. 반도체 제조설비 등을 중심으로 투자는 2.4% 줄었다. 역성장 우려를 걷어낸 3분기 성장률(0.3%)을 떠받친 부문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란 점에서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내년 투자규모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

    강원도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로 악화된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도 고민 지점이다. 자금경색 우려가 커질 경우 금리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다음달 0.25%p 인상 이후 금리인상을 종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빅스텝을 강행한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2명의 소수의견이 개진된 것도 변수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한은 총재를 위원장은 7명의 위원들이 의결하는데 의견이 엇갈릴 경우 투표로 결정한다. 만약 다음달 회의에서 3명 이상 위원이 빅스텝을 반대할 경우 진통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 간 의견이 갈려서 많은 토론을 했는데 전반적인 의견은 워낙 불확실성이 심하다는 것"이라며 "11월 연준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따라 전세계가 동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