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탓 이자부담 눈덩이…집 안팔려 '진퇴양난'집값하락에 심리적 부담↑…갭투자 여파로 역전세난하우스푸어사태 재현 우려…규제지역 해제조치 관건
  •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정상윤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정상윤 기자
    30대 중반 직장인 윤모 씨는 2년 전 신혼부부 특공으로 수도권 외곽 지역의 아파트에 당첨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신용대출까지 껴 겨우 산 아파트라 월급의 절반 이상이 대출이자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아내의 육아휴직으로 외벌이를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 가중과 거래절벽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2030세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자 부담은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놓은 매물도 잘 팔리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10년 전인 2012년의 대규모 '하우스푸어'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확실시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이달 초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75%p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이번 금통위에서는 한국은행이 10월에 이어 두 번 연속 '빅 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p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추가 금리인상은 이미 침체기에 놓인 부동산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기자본이 부족해 상당 부분 대출을 끼고 집을 산 2030세대 영끌족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최근의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연 8%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4억원(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을 대출한 차주는 월 이자만 266만원, 원리금은 293만원 납부해야 한다. 

    한국은행 데이터 통계결과 금리가 오르기 전인 작년 연 4% 금리 때와 비교해보면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163만원에 달한다.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영끌족들은 최근 몇 년간의 집값 급등기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선 이들이 대부분이다. 잇따른 정부 규제에도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더 늦으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강박감에 너도나도 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출이자가 급격히 오르면서 애써 장만한 내 집은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문제는 집을 털어내고 싶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이자 부담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결과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2.9로 지난주 75.4에 이어 2.5p 떨어졌다. 2019년 4월 넷째주(72.4) 이후 3년 6개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관악구의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시세보다 몇 천만원 저렴하게 집을 내놓겠다는 집주인은 많지만 매수 문의는 최근 두 달간 뚝 끊긴 상태"라며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경우 억 단위로 가격을 낮춘 급급매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집값 하락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도 영끌족을 옥죄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0.28%)보다 0.34% 하락해 낙폭을 키웠다. 2012년 6월 11일(-0.36%)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매수심리 위축으로 가격을 추가로 내린 급매물조차 거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이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614건으로 지난해 9월(2691건)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임대차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 패닉바잉에 나섰던 젊은 매수자들 사이에서는 상당수는 세입자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거래가 끊기고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셋값이 하락,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한 등 대출 규제로 억제됐던 부동산 거래가 일단 활성화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풀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이달 중 국토부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지역을 해제하면 해당 지역에 가수요가 붙어 거래량이 소폭 회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의 경우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되면 인상 폭에 한계점이 올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거래가 소폭 회복되고 이자 부담도 줄어 주택 매수자의 숨통이 일부 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