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신임 대통령·총리 내각 구성…정국 안정화무리한 계약변경 요구해 온 NIC의장 교체 가능성현지서 의장 사퇴요구 시위…한화 "협상 열려있어"
  • ▲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연합뉴스
    14조원대 초대형 프로젝트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BNCP) 재개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라크 정부의 새 내각 구성으로 정국이 안정되고 협상의 키를 쥔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의장이 교체될 경우 공사 재개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가 새 대통령을 선출하고 새 내각을 구성하면서 계약 취소됐던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당시 한화건설)은 지난달 7일 '비스마야 신도시 및 사회기반시설 공사' 발주처인 NIC에 공사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해지 사유로 NIC가 비스마야 공사의 공사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등 계약위반을 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국의 불안정성이 지속되자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손절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화와의 합병을 앞두고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계약해지의 효력은 통지일로부터 21일이 지난 10월28일부로 발효됐다. 

    그동안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복잡한 현지 사정으로 인해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화건설은 2012년 수주후 해당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 부었지만 2014년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준동으로 이라크 내전이 격화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2017년 내전은 종결됐지만 뒤이어 코로나19 확산과 잇따른 반정부 시위, 수니파·시아파간 종교 갈등이 겹치면서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고 이라크 정부는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한화건설이 받지 못한 미수금은 비스야마 주택사업과 인프라 조성사업을 합해 8963억원(6억2900만달러)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정국이 안정 조짐을 보이자 프로젝트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2021년 10월 총선을 치렀지만 내각 구성 문제를 두고 반 외세 성향의 알사이룬 정파와 친이란 정파간 갈등이 1년간 이어졌다.

    이라크는 실권자인 총리는 시아파, 의회 의장은 수니파, 형식상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쿠르드계가 맡는 권력분담제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10월 총선때 다수당이 된 알사이룬 정파가 친이란 세력을 배제하고 개혁 연정을 구성하려다 실패하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지게 됐다.

    그러던중 올해 10월 쿠르드계인 압둘 라티프 라시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신임 총리로 지명된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가 보름만에 새 내각을 구성하면서 정국이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특히 새 내각 구성에 따라 총리 직속인 NIC 의장이 교체되면 이라크와 한화간 재협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수하 알 나자르 NIC 의장은 공정별 비용청구 시점을 정해 둔 마일스톤(Milestone) 방식 계약을 시공후 인도시점에 비용 대부분을 청구하는 헤비테일(Heavy Tale)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화와 부딪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헤비테일은 조선업 부문에서나 이뤄지는 계약 방식으로 해외건설·플랜트 사업은 마일스톤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관례"라며 "불안정한 현지 사정을 고려할때 헤비테일 방식으로의 계약변경 요구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라크 현지에서는 비스마야 신도시 인근 주민들이 한화의 사업 복귀와 수하 알 나자르 의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발주처에 전달한 계약해지 통보의 효력 발생으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계약은 해지됐다"며 "다만 새로운 이라크 정부와 발주처가 기존 계약내용을 존중하고 건설적 제안을 한다면 프로젝트 재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사업은 2027년까지 수도 바그다드 남동쪽 10㎞ 부지에 주택 10만 가구와 교육시설, 도로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 규모는 약 14조5000억원(101억 달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