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 속도 둔화에 한국도 환율·금리 안정 기대감↑연준 매파본색 여전… 파월 "갈 길 멀다", 5.25% 도달 전망탄탄한 고용지표에 유럽 에너지난·미중 갈등 등 하방요인 상존
  • ▲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도 둔화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경제도 경기둔화에 대한 압력이 낮아질 거라는 기대가 커진다. 다만 글로벌 통화긴축의 진원지인 연준의 긴축 불확실성이 여전해 장밋빛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개장과 함께 상승 출발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9시1분 2487.42로 출발했다. 전 거래일보다 4.26포인트(p·0.17%) 올랐다. 코스닥은 732.42로 전 거래일보다 1.20p(0.16%) 상승 출발했다. 지난 11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3%대 급등하며 마감했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다는 소식에 연준의 금리인상 명분이 약해지면서 긴축 속도가 늦춰질 거라는 기대감이 확산된 결과다. 미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7.7% 올랐다고 발표했다. 올 1월 이후 최소폭 상승으로 시장의 전망치(7.9%)보다 낮았다. 연준이 주목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빼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하는 근원 CPI도 1년전보다 6.3% 올라 역시 시장 전망치(6.5%)를 밑돌았다.

    그동안 인플레와 가파르게 오른 금리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연준내 매파(통화긴축 선화) 목소리가 잦아들면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된 것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은 우리 통화당국에도 호재다. 먼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킹달러(달러 초강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고환율은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고 수입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국내 소비자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 인플레 속도 둔화 소식에 지난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보다 59.1원이나 급락한 1318.4원에 마감했다. 하루 변동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때인 2008년 11월6일(64.8원 급등) 이후 14년만에 가장 컸다.
  • ▲ 미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연합뉴스
    ▲ 미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연합뉴스
    그러나 낙관론을 굳히기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의견이 적잖다. 글로벌 긴축의 진원지인 연준의 매파 본색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게 걸림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온다"며 이르면 다음번 FOMC 회의가 그 시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미 연준의 최종 도달금리가 5%를 넘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에서 내년 미국의 정책금리로 4.6%를 제시했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메이저 금융사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2월 미 기준금리를 5.00~5.25%로 예상했다. 한은이 지난 4일 12개 글로벌 투자은행을 상대로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예상치를 조사한 결과도 5.00∼5.25%라는 응답이 4곳으로 가장 많았다. 4.75∼5.00%라는 응답은 3곳, 4.50∼4.75%와 5.25∼5.50%로 예상한 곳이 각각 2곳이었다.

    설상가상 견조한 미국의 고용지표는 연준이 빅스텝(0.50%p 기준금리 인상) 이상의 금리인상을 고려하는데 한몫한다. 미 노동부가 이달초 밝힌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년전보다 26만1000명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예상치(20만5000명)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미국 고용시장은 월평균 40만7000명 증가했다. 지난해(56만2000명)보단 줄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이전인 2019년(16만4000명)과 비교하면 2배이상 많은 수준이다.

    현재 한미간 정책금리 차이는 1.0%p다. 이달 한은이 0.5%p 금리를 올려도 다음달 연준이 빅스텝을 밟으면 금리차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한은이 베이비스텝(0.25%p 기준금리 인상)을 밟는다면 금리차는 1.25%p로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사태 장기화, 겨울철 난방수요가 부채질할 유럽의 에너지난, 미중간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기하방 요인으로 상존한다는 점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다봤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3%에서 0.5%p나 내려 잡았다. 2.0%를 밑도는 성장률은 2차 오일쇼크 영향을 받은 1980년(-1.6%)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