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조사대상자 중 24명, 법인자금 수조원 해외 유출 코인 개발한 내국법인…페이퍼컴퍼니로 이익 빼돌려역외탈세 방법 진화…은밀한 방식→정상거래 꾸며
  • ▲ 브리핑을 하고 있는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 ⓒ국세청
    ▲ 브리핑을 하고 있는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 ⓒ국세청
    역외탈세 혐의로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24명이 지난 5년간 해외로 빼돌린 자금이 무려 3조141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대상자중에는 내국법인이 개발한 코인(가상자산)을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발행해 이익을 빼돌린 법인과 사주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23일 법인 외화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무형자산 부당 이전, 국내 이익을 편법으로 반출한 역외탈세혐의자 5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자는 ▲법인의 외화자금 유출 및 사적 사용 24명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인 무형자산 부당 이전 16명 ▲다국적기업의 국내이익 편법 반출 13명 등이다. 

    법인의 외화자금을 유출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의 경우 당장의 실물거래가 없기 때문에 거래 실체를 숨기기 쉽다는 이유로 역외탈세의 한 방법으로 선호된다. 

    이번에 법인 외화자금 유출혐의로 조사를 받는 24명이 최근 5년간 반출한 외화자금 규모는 ▲수입대금 사전지급 1조4798억원 ▲임가공비 1조1988억원 ▲중계무역수입 2505억원 ▲지분투자 2126억원 등 총 3조1417억원이다. 

    이번에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A법인은 현지법인과의 제품 수출거래에 중계무역 명목으로 사주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고, 저가수출을 통해 페이퍼컴퍼니와 현지법인에 이익 주는 방법으로 탈세를 했다. 

    B법인은 사주 및 직원이 해외거래처에 출장을 나가 용역을 제공하고도 매출을 신고하지 않고, 용역대금과 법인카드를 현지에서 원정도박 등에 사용했다. 
  • ▲ 내국법인이 개발한 가상자산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발행해 이익을 신고 누락한 후 일부 수익을 사주가 부당 수취 ⓒ국세청
    ▲ 내국법인이 개발한 가상자산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발행해 이익을 신고 누락한 후 일부 수익을 사주가 부당 수취 ⓒ국세청
    무형자산 무상이전이나 저가양도 등도 역외탈세 조사대상자들이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다. 가상자산을 내국법인이 개발했음에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발행해 수익을 국외로 빼돌려 사주가 수취한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사례는 내국법인이 원천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해 초과이윤을 얻고 있는 핵심 현지법인의 지분을, 그룹 차원에서 새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현물출자하는 경우였다. 

    이런 방법을 사용해 탈세한 한 법인의 2019~2021년 동안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해외자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2.3%였지만 조사대상자의 법인은 -3%를 기록했다. 해외자회사에 이익을 몰아줘 해당 자회사의 이익을 사주일가가 수취하거나 이를 사주 자녀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는 것이다. 

    다국적기업이 시장지배력을 통해 국내소비자에게 판매해 얻은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이를 국내자회사가 아닌, 국외로 편법으로 반출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코로나19 특수로 매출이 급증한 국내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정상가격에 비해 해외관계사에게 저가로 판매하며 국내에서 거둔 이익을 국외로 이전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대상자의 특징이 역외거래의 은밀성에 기반한 기존 탈세수법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대상자들은 사업구조를 실질과 다르게 꾸며놓고 탈세거래를 정상거래로 위장하면서 국부를 유출하는 것이다.

    한편 국세청은 최근 3년간 역외탈세 조사실적 4조149억원을 추징했으며 이 중 기획 세무조사를 통해 총 1조6559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