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화물연대, 100분간 면담…안전운임제 견해차만 확인元 "국무회의 의결즉시 국회 보고·현장조사후 명령발동""우편·통신·삼자전달 등 피할 수 없어…국회서 대화로 풀어야"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총파업 시작 후 첫 교섭을 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방문,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총파업 시작 후 첫 교섭을 하기 위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를 방문,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28일 집단운송거부 이후 첫 대화를 가졌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하고 말았다. 국토부는 29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법률자문 등 실무검토를 모두 마쳤다는 태도여서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났다. 정부 측에선 어명소 국토부 2차관과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 화물연대에선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대화는 1시간40여분간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

    국토부는 당정 협의에서 결정한 대로 안전운임제 일몰을 3년 연장하되 적용 품목·차량 확대는 안 된다는 견해를 고수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엄포를 비판하며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2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화물운송과 관련해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공산이 커졌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노동문제는 노(勞)측의 불법행위든 사(社)측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29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예정이라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사실상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화물연대와의 대화 결렬 후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내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요건과 절차, 개인·기업 등 대상과 범위, 실무 집행과 관련한 유의사항 등을 다루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엄격한 기준으로 최소한의 (기본권) 제한이 될 수 있게 절제하고 가능한 축소하는 방향으로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가 준비한) 원안대로 의결된다면 즉시 현장조사권을 발동해 업무개시명령을 위한 사전 확인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화물차주, 운수종사자의 이름과 연락처, 운송업무 내용 등을 확보하면 바로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원 장관은 "국무회의 의결 시 국회 상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며 "의결 즉시 국회에 (당일) 보고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국무회의 의결 후 몇 시간 내 개별 명령이 이뤄지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만큼 피해가 가시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난번 학습효과로 항만, 철강, 정유 등이 미리 대비했기에 피해 집계가 덜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시멘트, 건설업계의 경우 집단운송거부 사흘째부터 재고가 바닥나는 등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화물연대 조합원이 업무개시명령을 고의로 피하며 시간을 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과거 의사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사례를 살펴봤다. 법원 송달과 달리 행정절차상 다양한 명령 전달방법이 있다"면서 "우편, 대상자가 평소 주로 사용하는 통신(문자)은 물론 고용자나 동거가족을 통한 제삼자 송달도 가능하고 공시를 통해 명령을 전달하는 방법도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끝까지 명령 전달을 피한다면 엄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고 정상참작의 사유만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일선 현장에서 정부가 뗏법과 불법에 어정쩡하게 타협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면서 "정부는 국회에서 과적이나 합당한 운임이 운수종사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구조적 문제, 처우개선 등의 문제를 대화로 풀어가자는 것이다. 그동안 화물연대 지도부 눈치를 봤던 조합원들은 업무개시명령을 계기로 현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주문했다.

    화물차 기사 등이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다음 날 복귀하지 않으면 1차로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2차 불응 땐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된다.

    이날 면담에서 화물연대는 추가 대화를 제안하며 업무개시명령 발동 유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물류정책관은 "다음번 면담은 확정된 건 아니고 잠정적으로 오는 30일이 얘기됐다"면서 "업무개시명령 발동 유예 요청은 (국무회의 의결 때) 전해줄 순 있다고 (대답)했다. 다만 명령 발동 여부는 정부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어서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약속한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법제사법위원회가 있고 대통령 거부권도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를 향해선 "(늑장을 부리면) 자칫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마저 놓칠 수 있다"면서 "나중에 더 낮은 수준의 요구를 다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