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법인세 인하 '부자감세'극구 반대…예산안까지 발목 정부·여당 "투자활성화 위해 법인세 인하 필요" 기업 사내유보금 줄어들까…투자 의지 관건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2023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p 인하하고 과세표준 5억원 이하·세율 10% 구간을 기업규모별로 나눠 중소·중견기업에게는 10%의 특례세율을 적용하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야당은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해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인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에 해당하는 법인은 2021년 기준 103개로 전체 법인 중 0.01%에 해당한다. 야당은 이런 소수의 재벌대기업을 위해 법인세 인하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은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며 투자 유치에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는 것은 조세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법인세 인하 필요성을 주장한다. 

    ◇ MB정부 때도 등장한 '낙수효과'…십수년 논쟁 지속 

    정치권의 법인세 논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MB정부 시절에도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 부자감세와 낙수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 때나 지금이나 법인세 인하 찬반에 대한 논리는 똑같다. 법인세 인하를 찬성하는 측에선 투자 활성화에 따라 경기가 살아나면 그 혜택을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다는 '낙수효과'를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에선 낙수효과는 실체가 없으며 재벌대기업만 배 불리는 감세혜택이란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정부를 향해 "MB정부 때도 법인세를 인하했지만 낙수효과는 없었고 사내유보금만 늘어났다"고 공세를 펼쳤다. 사내유보금이 중요한 이유는 법인세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의 효과를 보려면 법인세 인하분이 시장에 흘러나와 이를 토대로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며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했다. 이 세금은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분을 투자나 배당, 임금인상에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을 과도하게 쌓는 기업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가 인하된 부분만큼 적어도 기업이 투자나 배당이나 임금을 통해서 가계나 경제에 환류가 됐을 때 비로소 법인세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해당 세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기업들을 향해 "법인세 깎아줬는데도 돈을 안쓰니,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가겠다"고 말한 셈이다. 

    ◇기업 투자 의지+글로벌 스탠다드 모두 고려해야
  • ▲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했던 2014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했던 2014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법인세 인하의 핵심은 기업들이 받은 혜택만큼 투자를 하는지 여부다. 정부·여당과 야당 등 정치권에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기업의 투자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사실 이런 논란은 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MB정부 당시 법인세를 인하한 만큼, 기업들이 투자에 나섰다면 정부가 나서서 기업소득 환류세제 같은 세금을 만들지도 않았을 뿐더러 낙수효과가 없다는 야당의 주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사내유보금 수치는 기업의 투자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정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 630조원이던 사내유보금은 2020년 938조원, 2021년 1025조원을 기록했다. 

    결국 사내유보금을 1000조원 넘게 쌓아 둔 기업의 투자 의지가 법인세 인하 논쟁의 핵심이지만, 정치권에선 기업의 의지는 묻지도 않은 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법인세 인하 효과 여부에 대해 단정 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부수적으로 외국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세경쟁력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25%로 OECD 평균 세율 21.5%를 뛰어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8위로 15%의 최고세율을 매기는 독일이나 캐나다와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법인세 인하 혜택을 받는 기업이 100여개 뿐이기 때문에 부자감세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몇 개 기업이 해당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다는 것은 잠재적인 납세자가 생긴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율을 높이는 것은 세금이 추구하는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높이거나 여러 단계를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