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적자 500억불 육박…내년도 1%대 저성장 '암울'경제전문가 "각종 규제·세금 없애고, 기업 진입장벽 낮춰야"투자유치할 법인세 인하 '답보'… 與 "DJ·노무현도 낮췄다"
  •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인 무역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는 14년만에 적자가 예상된다. 내년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경제의 버팀목이 흔들리는 셈이다. 경제전문가는 각종 규제 완화와 세금 장벽을 낮춰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제활력을 높일 법인세 인하는 정쟁에 발목이 잡혀 있는 실정이다.

    관세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수출입현황을 보면 올해 무역수지(통관기준 잠정치)는 지난 10일 현재 474억6400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세계 금융위기때인 2008년(132억6700만달러) 이후 14년만에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다. 기존 최대 기록인 1996년(206억2400만달러)의 2.3배다. 일각에선 올해 적자 규모가 500억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물류난까지 겹친터라 12월 무역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이달들어 10일까지 적자 규모는 49억2300만달러다. 지난달 같은 기간(20억4600만달러 적자)의 2.4배다. 남은 20일 동안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거의 없어 적자 규모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수출은 누적집계 6444억달러로 1년전보다 6.8%(412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연간 수출이 6800억달러를 넘어설 거로 내다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적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세계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원유는 지난해보다 24.7%, 가스는 34.1% 각각 증가했다. 10일 현재 수입액은 6918억 달러로 1년전보다 20.1% 늘었다.

    설상가상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 10월 수출액이 1년전과 비교해 5.7% 줄면서 2020년 10월 이후 2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데 이어 지난달에는 감소폭이 14.0%로 더욱 커졌다. 이달도 10일까지 20.8%나 줄었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는 혹한기에 접어들었다.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최대 교역국인 대중(對中) 수출은 6개월 연속 줄었다.

    문제는 내년에도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전망했다. 2%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전망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금융위기때인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때인 1998년(-5.1%), 2차 석유파동 영향을 받은 1980년(-1.6%)을 제외하면 없었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이 올해(6900억달러)보다 4.0% 감소한 6624억달러, 수입은 올해(7350억달러)보다 8.0% 감소한 6762억달러로 무역수지가 138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거로 예상했다.
  • ▲ 법인세 개편 공청회 모습.ⓒ연합뉴스
    ▲ 법인세 개편 공청회 모습.ⓒ연합뉴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의 방점을 수출회복에 두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이차전지·조선·원전·방산 등 선도 주력산업과 해외건설·관광·콘텐츠·디지털·바이오·우주 등 유망 신성장 분야로 나눠 수출 지원 정책을 짜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전문가는 정부가 관료주의를 버리고 전면에 나서기보다 기업활동을 위한 걸림돌을 없애는 데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지난 10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겼던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반도체·이차전지·조선 등 우리 주력 제조업이 정부의 힘으로 육성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어떤 산업을 '정부가 육성한다'는 것은 주체가 정부고 기업은 배경에 있다는 인식이다. 지금은 정부가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걸림돌을 치워주는 정도의 역할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수출 부진은 글로벌 수요부진에서 온다. 정부가 지원한다고 수출이 늘면 어느 정부가 고민을 하겠나"라며 "한국 기업은 외환위기 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이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힘을 축적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특정 산업을 정부가 키우겠다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노동·연금·교육·복지 개혁을 통해 각종 규제와 세금을 없애고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경제가 경기침체 초입에 들어섰지만 기업투자와 경제활력을 높일 법인세 인하는 야당의 몽니에 가로막혀 답보상태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올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도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법 개정에 반대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슈퍼 대기업 감세는 당 정체성과 이념 관련 문제라고 규정하니까 (협상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며 "당 정체성의 문제라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인세를 1∼2%씩 낮춘 것은 어떻게 설명하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법인세를 내리면 이익은 법인 주식을 가진 대다수 주주, 개미들, 종업원에게 돌아간다"며 "재벌(총수) 한두 사람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법인세 인하에 맞서 내놓은 '서민감세' 카드에 대해서도 "말로는 서민감세라지만, 눈 감고 아웅 하는 것이고 포퓰리즘에 다를 바 아니다"며 "자신들 정권 때 세금폭탄으로 세금 올려놓고, 그거 조금 깎는 것을 서민감세라고 한다. (놀부가) 제비 다리 부러뜨리고 고치려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