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소액주주 보호 정책 연이어 발표의무공개매수·불법공매 처벌강화·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개선개미 권리회복 노력 '환영'…공매도 등 제도 미흡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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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금융당국이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정책들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추진 행보는 환영할 만하지만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상장사 인수·합병(M&A) 시 소액주주 보유 지분 일부를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하도록 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로 제도를 폐지한 지 25년 만이다.

    금융위는 M&A로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투자자가 전체 지분의 50%+1주에 해당하는 만큼 주식을 더 사들이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2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의결에 따라 상장사는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해 일반주주를 설득한 경우에만 물적분할 추진이 가능하다. 

    동시에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를 확대하고 불합리한 과징금 기준을 높이기 위한 입법도 추진한다. 법인이 상장하거나 사모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경우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하고, 대량 보유 보고 규정인 '5%룰' 위반 과징금 한도를 10배 상향한다.

    당국은 올 들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 2월 신규 상장기업의 임원 등이 상장 전에 받은 스톡옵션을 상장 이후 행사한 경우도 6개월 의무보유하도록 한데 이어 3월엔 기업구조 개편 시 주주보호 정책 기술, 계열기업 내부거래 시 설명의 강화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기재를 의무화하는 등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개선했다.

    지난 7월에는 일부 증권사가 공매도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자 불법 공매도 사건에 대한 처벌과 공매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공매도 제도를 손질했다.

    9월부터는 물적분할 자회사가 상장하려는 경우 모회사의 일반주주 보호 노력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10월엔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은 주요사항 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의 목적, 기대효과, 주주보호 방안 및 상장계획 등 구조개편계획을 공시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제도 개선은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거 유입된 이른바 '동학개미'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소액주주 권리 침해를 막는 취지의 자본시장 정책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그룹과 LG화학의 쪼개기 상장,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이 잇따르면서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마련하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 발표한 제도의 정착을 유도하는 한편 일반주주의 권익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과제를 발굴·추진할 계획"이라며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적되는 글로벌 정합성이 부족한 제도의 개선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과거와 비교해 소액주주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소액주주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확실히 달라졌다. 늦은 감은 있지만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라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유독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자본시장 질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제도 면면에 대해선 보다 정교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에선 25% 이상 지분 취득 시 의무공개매수제를 적용하는 현 방안은 또다른 편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지난 21일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에서 "금융위가 내놓은 방안에 따르면 가령 24.9% 지분을 인수하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코스닥 상장사 등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20% 미만의 지분만 가지고도 회사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사례가 많다"고 우려했다.

    개선된 공매도제도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와 관련해선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다는 평가"라면서 "공매도 상환기한과 주식 차입시 요구되는 담보비율은 여전히 투자 주체 간 불공평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가 일방적으로 착취당하는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