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자산운용사 경력 두루 갖춘 베테랑압도적 득표율 바탕 업권 아우르는 소통 기대증권업계 유동성 공급·금투세 보완 '과제'
  •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에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전 대표가 당선됐다.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 첫 회장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사와 운용사를 아우르는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신임 회장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는 증권업계 유동성 공급,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보완 등이 꼽힌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3일 제6대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차기 회장으로 서유석 전 대표가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서 당선인은 65.64%이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는 당선인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경험을 고루 갖춘 베테랑으로 꼽힌다.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서 리테일과 퇴직연금 사업부를 이끌다가 지난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 2011년부터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을 지냈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부문 대표를 거쳐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내고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자산운용사 출신 대표가 협회장에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협회 정책에 운용업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불만이 컸던 만큼 업계는 서 당선인에 대해 균형 있는 이익 대변을 기대하고 있다.

    서유석 당선인은 취임 소감에서도 "선거 초반엔 자산운용사 출신이란 프레임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협회가 다양한 업권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다같이 노력하는 조직이라는 확신 속에 다양한 경험이 있는 저의 강한 경쟁력을 어필해왔는데, 이에 대해 회원사 대표들이 응답해준 것 같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서 당선인은 회원사들과 소통하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는 회원사의 청지기인 만큼 어떤 경우에도 회원사를 주인으로 모셔야 한다"며 "이 원칙을 어길 경우 협회 임직원 그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금리 인상, 증시 위축 등으로 자본시장이 흔들리는 현재 신임 협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내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서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자금경색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증권사 자금경색 문제 조기 해결을 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당국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공조할 것을 약속했다.

    서 당선인은 취임 후 최우선 해결 과제로도 이 문제를 꼽았다. 그는 당선 직후 "부동산발 자금경색이 금투업계로 전이되지 않아야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순 없다"면서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문제 생기지 없도록 협회가 힘써야 한다는 게 기본적 생각이다. 정부당국, 유관기관과 자세히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2년 유예된 금투세 관련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만일 주식에 투자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소득 시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 초과 소득 시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

    여야 진통 끝에 2년 유예가 확정됐지만 이 기간 개선 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 특히 금투세 논의 과정에서 운용업계 목소리가 소외되면서 불만이 컸다.

    현행 금투세의 경우 사모펀드 투자수익에 양도세(22%) 대신 배당소득세를 적용키로 하는 내용을 포함했는데, 최대 49.5%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금투협은 해당 내용을 사전에 사모운용업계에 고지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서 당선인은 협회장 취임 즉시 금융투자소득세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방침이다.

    서 당선자는 "금투세가 2년간 유예된 동안 제도가 더 치밀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면서 "펀드에 대한 배당소득 처리 문제, 증권사 원천징수 과정에서의 부담 등 전반적으로 업계와 협회, 당국이 같이 모여 치밀히 정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대체거래소(ATS) 도입 준비, 가상자산 규율체계 정비 등도 주요 추진 과제로 꼽힌다.

    금투협과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달 ATS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를 설립하고 예비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서 당선인은 공약집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리츠·채권 등 ATS 거래대상 확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협회가 사모펀드 사태 등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책 논의 과정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여느 때보다 업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침체된 자본시장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신임 회장이 협회를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서 당선인은 내년 1월 1일부터 금투협회장 업무를 시작하며, 임기는 오는 2025년 12월31일까지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