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코로나 특수에 성장세, 하반기 경영환경 악화“내년 R의 공포 커진다”… 기업들 선제적 경기침체 대비롯데·한화·CJ 등 1980~90년생 오너家 3·4세 잇단 승진
  •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를 맞이한 재계의 2022년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국내외 전반을 강타한 탓이다. 

    팬데믹이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하며 나쁘지 않았던 상반기 분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3高(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하반기에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끊임없는 투자와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과 쇄신의 토대를 다졌다. 불확실성의 시기, 올 한 해 재계에서 발생한 이슈와 현황을 결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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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코로나 특수’ 이어졌지만… 하반기 비상경영에 희망퇴직까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실적 호조세를 이어갔고, 현대차와 기아는 상반기 9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내 1998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 특수’와 함께 단계적 일상 회복, 수출 증가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337개 기업의 상반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매출은 작년 1282조7736억원보다 27.9% 늘어난 1641조3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1040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와 약 34만명에 달하는 고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세계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위기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양국의 분쟁이 러시아 정부와 기업에 대한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로 확대되면서 에너지 등 원자재와 식량값이 폭등했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직격타를 미쳤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대기업들은 앞다퉈 투자를 줄이고 비상경영 국면에 돌입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4월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한화그룹 또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4일간 연달아 사업 부문별 사장단 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책을 논의했다. 특히 한국타이어그룹은 5월 초 조현범 회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을 20% 삭감하며 비상경영 돌입의 첫단추를 끼웠다.  

    하반기 3고 현상이 더욱 격화하면서 실적 악화를 겪는 기업들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3분기 외감기업(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지표는 일제히 나빠졌다. 매출액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낮아진 17.5%에 그쳤으며, 같은기간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3%에서 19%로 감소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또한 올해 3분기 4.8%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7.5%에서 2.7%포인트 줄었다. 특히 대기업 이익률은 8.3%에서 4.7%로 3.6%포인트 둔화됐다. 

    내년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기업들은 고강도 긴축경영에 속속 나서고 있다. 임원 인사를 통해 주요 경영진을 대부분 유임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단순 소모품비를 줄이고 임원 활동비 감축, 투자 계획 유보, 희망 퇴직 등을 확대하며 ‘경제한파’를 대비 중이다. 
  •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
    ◆ 롯데·한화·CJ 등 오너家 3·4세 세대교체 본격화

    예상지 못한 위기 상황속에서도 대기업들은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과 쇄신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1980~90년 대생 3·4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내년은 이들의 경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우 올해 가장 종횡무진으로 활약한 3세 경영인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들어 대대적 사업재편을 단행, 삼형제(김동관·김동원·김동선)의 입지를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이 가운데 김 부회장은 한화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친환경에너지·방산사업 등을 모두 총괄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는 내년부터 김 부회장의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 장남이자 1986년생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도 상무로 승진했다. 올 들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1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 담당 임원으로 발탁된지 11개월 만에 고속 승진하며 경영 입지를 확대해가고 있다. 일본 국적인 신 상무는 입사 후 줄곧 일본롯데에서만 활동해 왔으나, 올해 처음으로 한국롯데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 담당 경영리더의 경우 임원(경영리더급)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올해 인사를 통해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게됐다. 이 실장은 이번 인사로 미주, 유럽,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전역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전략기획 및 글로벌 식품 사업을 총괄한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4세 이규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신임 사장은 코오롱글로벌의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각자 대표 자격으로 내년 1월부터 경영 일선에 나선다. 그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미래성장전략 수립 및 신사업 발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구축, 재무역량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최종건 창업회장의 손자이자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부문장은 올 초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LS그룹에서도 오너가 3세인 구본규 LS전선 부사장이 CEO로, 구동휘 E1 신성장사업부문 대표이사 전무가 부사장 승진과 함께 LS일렉트릭 비전경영 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GS그룹 오너 4세인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와 허진홍 GS건설 투자개발사업그룹장 또한 임원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