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넘자-①]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롯데‧한화‧CJ‧GS 등 미래 투자 지속… 인재 확보‧재무 강화“금리인상 수준 이상 투자세액 공제‧ 유동성 확보 등 제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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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재계 상당수는 불확실한 대내외 위기 극복을 위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상당수는 올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사업 육성으로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통상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투자를 줄이고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복합위기에서 기존 먹거리로 경쟁력과 미래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 면 차별적인 기술력 확보를 위한 사업재편과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면서 “역발상 측면에서 보면 ‘역대급 위기’는 ‘역대급 기회’가 될 수 있는 찬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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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그룹별로 올해 경영화두를 살펴보면 우선 롯데그룹은 올해 미래형 기업 변신을 더욱 과감하게 추진, 신사업 발굴과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영구적 위기 시대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미래 지향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계속 도전하다 보면 그 속에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4가지 테마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와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성을 꾀한다. 롯데는 앞서 지난해 말 임원인사로 젊은 리더십 전면화, 책임경영에 입각한 핵심역량의 전략적 재배치, 지속적인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혁신의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2차전지 핵심소재의 밸류체인을 조기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는 지난해 생산능력 기준 국내 동박 생산 1위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앞두고 있다. 롯데의 전지소재사업은 당초 2030년까지 총 4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액 5조원 목표를 설정했으나, 이번 인수로 목표 조기 달성 및 매출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및 자본시장 경색이라는 시장환경 변화와 리스크 확대에 대비하면서도 핵심 경쟁력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역량 확보에 집중하며, 기존 사업 내실화를 추구하고 신사업에 대한 검토 및 계획을 구체화해나갈 계획이다.

    한화는 지난해 대대적 사업구조의 재편을 통해 방산·에너지 등 유사 사업군을 통합하고 체질 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성 제고와 사업 전문성을 강화한 바 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육상과 항공, 우주는 물론 해상 분야까지 아우르는 방산기업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한화는 올해 K9 자주포 등 주력사업의 글로벌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발사체‧위성체 및 위성통신안테나 등 우주사업, 전기추진체계를 포함한 미래모빌리티 등 신성장 동력 육성 병행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석유화학, 에너지사업에 있어서도 기존사업의 가치극대화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로의 전환을 가속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그린 에너지 솔루션 업체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CJ그룹은 올해를 2025 중기전략 실행하는 원년으로 삼고 아래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실행할 예정이다.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4대 미래 성장엔진 기반 혁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규 영역의 영토 확장을 지속해 나간다. 

    동시에 재무안전성 확보에도 집중한다. 글로벌 동시 경기침체 및 신용경색 우려도 있는 만큼 현금성 자산 중심으로 최대한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인재의 선제적 확보와 육성,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혁신성장의 토대를 다진다. 연공서열을 타파한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탁월한 성과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보상 한층 강화한다. 또한 그룹 잡포스팅, 사내벤처, 사내 독립기업, 스핀오프 등 다양한 성장 기회 확대하고 거점오피스 이용 정착, 선택근무제 시행 확대를 통해 구성원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일하는 방식의 진화를 추진한다. 

    GS그룹은 올해를 유례 없는 장기 침체와 위기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현장 인재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GS그룹은 꾸준히 추진해 온 디지털 혁신과 신기술 스타트업 투자로 만든 사업생태계가 장기 침체기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고 신사업을 창출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올해 신사업 생태계를 통한 미래성장 동력 구체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GS계열사간 협업 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은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과의 교류와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위험과 기회에 대응해나간다. 

    구체적으로는 GS칼텍스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 바이오연료,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의 신사업과 GS에너지가 중심이 된 블루암모니아 개발 유통, 배터리 리사이클, SMR 소형원자로, 전기차 충전 등의 신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그룹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전사적 친환경 투자와 고객 중심의 경영을 강화, 글로벌 초격차를 이어나간다는 구상이다. 효성은 린데그룹과 함께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세계 최대 수소 액화 플랜트를 건립 중이며, 완공 시기에 맞춰 울산에 제 1호 액체 수소 충전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전라남도에는 중장기적으로 총 1조원을 투자해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설비에 들어갈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다. 향후 그린수소 생산량을 최대 연산 2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동시에 단순히 고객의 목소리(VOC)를 경청하는 것을 넘어 ‘고객 몰입 경영’ 실천에 나선다. 고객 몰입 경영은 고객 최우선 주의를 실천하는 것으로, 경영전략‧관리시스템‧조직문화‧리더십 등 경영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가장 중심이 되는 경영을 뜻한다. 올 해 글로벌 경제 불황이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조현준 회장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포스코그룹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투자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나 그룹내 현금흐름 및 자금상황이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기존에 발표한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인 이차전지 소재, 리튬, 니켈 등은 당초 로드맵대로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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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올해 전쟁·인플레·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혁신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선 그 어느때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제언한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OECD 평균 수준의 법인세 인하를 기대했으나 정치이슈로 미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기업투자 유인을 위해 금리인상 수준 이상의 투자세액 공제 지원이 필요하고 단기 유동성 불안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정책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투자자금 조달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적극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사전에 강구하여 자금시장 경색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화물연대 문제, 노사관계 문제, 횡재세 논란 등 극한 환경을 겪으면서도 대전환 시대에 발맞추고자 신사업 투자 등 미래 준비에 나섰다”고 평가하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고 정부에서도 규제나 세제를 조금 더 뒷받침하면 투자 요인이 확실히 생기고 경제 활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