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파트너스, 7개 상장지주에 주주환원율 50% 요구역대급 실적, 당국 배당자제령 해제… 배당성향 높아질까우리금융 1%, JB금융 14% 보유, 지난해 SM엔터에 '한판승'은행들 "주주환원 정책 제고 중"… "건전성 유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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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뉴데일리DB
    주주 행동주의펀드가 금융지주사를 향해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역대급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며 쌓은 실적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취지다. 금융 부실을 우려하며 자본적정성을 제고하라는 당국 기조 사이에서 금융지주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 JB금융, BNK금융, DGB금융 등 7개 상장 은행지주사를 상대로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다음달 9일까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본배치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얼라인은 "각 은행 이사회에서 적절한 논의를 거쳐 공시할 것을 요청한다"며 "만약 회신이 없거나 불충분하다면 직접 주주총회 안건을 상정하고 표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법상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상장사 주주는 지분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얼라인은 우리금융 지분 1%와 JB금융 지분 14%를 보유 중이다. 얼라인은 재작년 설립과 함께 우리금융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 입찰에 참가해 낙찰받은데 이어 지난해 JB금융 지분 인수에도 성공했다. 또 DGB금융은 주주들로부터 지분 1%의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얼라인 요구의 핵심은 현행 24% 수준인 주주환원율을 50%까지 상향하는 것이다. 규제수준 이상에서 배당성향을 최소 30%까지 올리고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주가 부양을 꾀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은행지주의 만성적 저평가 문제를 극복하고 사회·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국내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순자산의 0.3~0.4배에 불과하며 이는 주요 해외 은행의 1/4 수준에 그친다"며 "은행주 저평가는 주식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역량 저하를 의미하고 경제 안정성을 저해하는 문제"라고 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 수준으로는 사실상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이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행동주의 주주 요구에 은행권은 향방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얼라인이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주주 캠페인을 이끌며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켰던 만큼 이번 요구도 가볍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주주환원율 제고는 전 금융권 공통의 '가야할 길'이기 때문에 재고의 여지는 없지만 자본적격성도 빠뜨릴 수 없는 금융권 핵심 가치"라고 했다.

    금융사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금융당국 입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금융권 부실이 예상되던 2020년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최근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금융지주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및 가격 결정 등에 대해 금융권 자율적 의사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금융지주들도 배당 확대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배당성양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6%로 회복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 3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신한지주는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을 결정하고 국내 금융지주사 최초로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