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정립이 선결과제인데 '역행'수도권 대학병원 독식 현상 '심화'… 일차의료 붕괴의대 정원 확대 등 논란만 부추겨
  • ▲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장.
    ▲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장.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배제한 채 단편적 의료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지방 의료격차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도 이를 해결할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장은 11일 본보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목표와 전혀 다른 형태의 정책이 설계되고 있다”며 “이대로면 의료 양극화의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짚은 가장 큰 문제는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다.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별로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의뢰-회송이 잘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과정이 축소돼 ‘의료 왜곡’ 시대로 전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올 상반기 경기도 시흥시에 800병상 규모의 배곧서울대병원 착공을 예고했고, 하반기엔 인천 청라에는 서울아산병원 분원 공사가 시작된다. 인하대병원 역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김포시에 700병상 분원을 건립한다. 

    연세의료원은 이미 지난해 말 2026년 개원을 목표로 송도세브란스병원 착공식을 열었고, 고대의료원은 과천시와 남양주시에 2028년까지 분원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남양주 인근 위례신도시에는 가천대길병원이 1000병상 규모 종합병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대학병원이면서도 일부는 초대형병원으로 분류되는 곳들의 수도권 분원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정책을 논하려면 이에 대한 규제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상급종합병원은 확정된 병상수를 늘리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분원의 경우는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설립이 가능하다. 규모를 키우는 것이 대학병원의 숙제가 됐고 인천을 중심으로 과열 경쟁이 예고된 상태다. 

    김 회장은 “필수의료와 지방의료가 무너지고 기피과 문제가 심화된 원인은 한쪽으로 쏠리는 기형적 구조에서 비롯됐는데, 오히려 분원 설립이 늘어나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분원 설립은 연구와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것보다 외래환자 유입을 위한 목적이 커 오히려 의료비 지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복지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의대 정원 및 비대면 진료 확대 등을 공식화하며 의료계와의 마찰이 예상되는 것과 관련해 “근본적 원인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논란만 키운 꼴”이라며 “지금이라도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위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