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부사장 영입… UAM 사업 담당 임원으로‘글로벌 디펜스 톱10’ 진입… 신사업 선도 목적업계“향후 대대적 인재 확보전 나설 듯”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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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계열사 통합을 진행 중인 가운데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방산·우주 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히 문제가 될만한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11일 취재에 따르면 류광수 한국항공우주(KAI) 전 부사장은 이달 초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담당 임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류 전 부사장은 서울대 항공공학과 출신의 베테랑 엔지니어다. 1988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이래 35년간 전투기 개발 매진해왔으며 FA-50, KF-21 개발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나 작년 9월 강구영 KAI 사장 취임 3일 만에 해임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류 전 부사장이 항공전자체계담당, 고정익개발본부장, KF-X사업본부장, 고정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항공공학 전문가인 만큼 UAM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0년부터 미국 오버에어와 함께 에어택시 ‘버터플라이’의 공동 개발에 나서는 등 미래 먹거리로 UAM을 낙점, 적극 육성하고 있다. UAM 비행체는 회전익과 고정익, 무인기에 적용된 기술을 모두 적용하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유능한 엔지니어 확보는 필수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사업 재편을 통한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 전문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류 전 부사장의 영입이 그 신호탄이라는 것. 차기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과 항공우주 등 신사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대규모의 인력 이동, 빼가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계열사 채용사이트 한화인을 포함한 다양한 구직사이트에서 방산 및 항공우주 연구개발(R&D) 경력직 상시 채용에 나서며 전문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방위산업과 항공우주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러나 개발 경험을 보유한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울러 군 등 정부와도 손발을 맞추는 경우 많아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해본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디펜스 톱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입장에서 전문인력 확보는 불가피한 셈이다. 

    또한 한국형 위성체, 위성발사체, 도심항공모빌리티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어 해당 분야 인력 충원도 시급하다.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통합을 앞두고 대대적인 인력 수혈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류 전 부사장 영입을 두고 전투기 기체 개발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항공기와 전투기 엔진울 개발하고 있다. KF-21 엔진이 대표적이다. 

    전투기 기체까지 생산하는 경우 진정한 의미의 육해공 방위산업을 아우를 수 있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록히드마틴 또한 F-35 전투기로 대표되는 전투기 강자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행보가 법적‧도의적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AI는 사실상 공기업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누군가 나서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물론 한화 입장에서도 장치를 마련해놨겠지만 누군가 마음먹고 문제를 제기하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류 전 부사장을 영입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추후 항공우주분야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적을 세운 만큼 우수한 인재를 통해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려는 전략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학적으로 방산계열사 통합이 완벽하게 이뤄지고 나면 대대적 인재 확보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류 전 부사장의 이직과 관련 검토 결과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전투기 기체개발에 나설 계획은 없으며, 인력은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