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Q 매출 25조6천억 '사상 최대'… 증권가 예상치보단 하회최대 실적 기록 작년이 끝… 올해 실적 '제자리 걸음' 전망하반기 소폭 수요 회복에도 힘들어… '삼성·SK 타격 더 심할듯'
  • ▲ ⓒTSMC
    ▲ ⓒTSMC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불안한 올해 전망으로 웃지 못했다. 지난해 매 분기마다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하던 TSMC도 올해는 제자리 걸음 수준의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타격도 예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TSMC는 전날(현지시간) 자사 공지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6255억 대만달러(약 25조 6000억 원)을, 순이익은 2959억 대만달러(약 12조 1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TSMC가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증권가의 예상수치와는 다소 엇갈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하는데 성공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내놓은 전망치인 6360억 대만달러와는 100억 대만달러(약 4100억 원) 가량 미치지 못하면서 실망스러웠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대신 순이익 측면으론 시장 전망을 웃도는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수치로, 앞서 증권가에서 내놓은 전망치(2894억 대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웬델 황 TSMC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는 실적발표에 이은 브리핑에서 "지난해 4분기는 연말 시장 수요 둔화와 고객사의 재고조정 영향을 받았다"며 "이런 추세는 올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가 이번 실적을 발표하기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 주요 투자 은행들도 잇따라 TSMC의 실적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올해는 더 침체될 것이란 전망을 쏟아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UBS는 올해 TSMC 매출이 제자리 걸음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웬델 황 TSMC 부회장이 밝힌대로 올해 고객사들이 재고조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수요 조정에도 더 속도를 낼 것을 높게 점친다.

    UBS는 "소비자 수요 감소와 고성능 컴퓨팅의 성장 둔화로 올해 TSMC의 매출 추정치를 연 3% 성장에서 '변화 없음'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TSMC가 자체적으로 예상하는 올 1분기 매출은 167억~175억 달러(약 20조 8000억~21조 8400억 원) 규모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0% 이상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시장 전망치인 179억 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올 1분기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분기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부 전경 ⓒ삼성전자
    이처럼 지난해 4분기까지 역대급 성장을 이어오며 반도체 시장 흐름을 바꾼 TSMC 마저 올해 전망이 비관적이라는 입장을 굳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얼만큼 사업과 실적에 타격을 입게 될지 공포감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과 SK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업황 침체로 더 부진했던 탓에 올해도 이 같은 침체가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6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 줄어든 70조 원, 영업이익은 69% 급감한 4조 300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아직 사업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반도체(DS)부문 매출이 전분기인 3분기(23조 200억 원)보다도 적은 20조 원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크게 부침을 겪은 낸드플래시 사업이 적자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네에는 DS부문 전체가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아직 지난해 실적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거나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전체 적자까지 예상됐던 상황에서 임직원들에게 하반기 생산성 격려금(PI)을 예년 수준인 기본급의 100% 수준에서 지급키로 결정해 4분기 적자는 피한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