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월 소비자물가 6.5%↑… 2020년5월 이후 전월比 첫 감소노동시장 탄탄… 실업률 54년 만에 최저·임금 급등세 진정 '골디락스'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 유력… "상반기 인상 멈추고 하반기 상황 개선"
  • ▲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연합뉴스
    ▲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연합뉴스
    올해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신호가 잇달아 감지되는 가운데 정부가 8개월째 우리나라의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상반기 보릿고개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와 경제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6월 '경기 둔화 우려'를 처음 언급한 이후 8개월째 부정적인 경기 진단을 이어갔다. 이달에는 '둔화 우려'에서 '둔화 우려 확대'로 진단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린북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엔진인 수출은 반도체가 혹한기에 빠지면서 지난달까지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대(對)중 수출 부진으로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38억6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9%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201억3400만 달러로 6.3%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62억72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달 1~10일 발생한 적자(49억8400만 달러)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올랐다. 지난해 5월(5.4%) 이후 8개월째 5%를 웃도는 고물가가 지속하고 있다.

    내수 회복 속도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5.9%),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판매가 모두 줄면서 1년 전보다 1.8% 감소했다.
  • ▲ 미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연합뉴스
    ▲ 미 연준과 제롬 파월 의장.ⓒ연합뉴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후퇴를 촉발한 미국 경제에 연이어 훈풍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1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6.5% 올랐다. 지난해 6월(9.1%) 정점을 찍은 후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상승폭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특히 전달과 비교해서도 상승폭이 0.1%포인트(p) 하락했다. CPI가 전달보다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CPI는 1년 전보다 5.7% 올랐다. 전달보다는 0.3% 올라, 11월 상승폭(0.2%)보다는 다소 늘었으나 앞선 8·9월에 기록한 0.6%와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앞서 7일 발표된 고용보고서도 고무적이다. 지난달 미국 내 비농업 일자리는 22만3000개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20만개)를 웃돌았다. 실업률은 전달(3.6%)보다도 낮은 3.5%로 54년 만에 최저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보다 0.3% 올랐다. 시장 전망치(0.4%)보다 낮았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선 4.6% 상승했으나 역시 시장 전망치(5.0%)를 밑돌았다. 전년 대비로는 2021년 여름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치다. 고용시장은 탄탄하게 유지하면서 임금 급등세는 둔화한 것으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염려하는 임금발(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한풀 꺾였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미 경제가 불황을 피해 연착륙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준이 과열된 노동시장을 식히기 위해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만큼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고도 인플레를 잡는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나리오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64%)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3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0.64%)는 일제히 상승했다.

    시장은 다음 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정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연준은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은 후 12월 빅스텝(0.5%p 금리 인상)으로 인상 속도를 조절했다.

    일각에선 연준의 추가 긴축 발작이 없다면 연내 연착륙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반기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연준이 바라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하반기에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빅스텝이냐, 베이비스텝이냐는) 경기 측면에선 그다지 큰 요인은 아니다"라며 "올해 (미국 포함) 세계 경제가 상저하고 양상을 띨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DI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최종 도달 수준은 점칠 수 없지만) 한미 모두 올 상반기 중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하고 (당분간)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좀 잡히면 금리 인하 기대가 생기고 경기도 조금씩 나아질 거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