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이창용 "시장 과잉반응 아냐"주요국 인상 기조 계속… 유럽 4.0%, 미국 5.0% 전망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강행하면서 긴축기조가 언제 멈출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정점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추가 인상을 이어가고 있어 금리 역전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기준금리 3.5%을 최종금리 수준으로 평가했다. 나머지 3명은 3.75%까지 인상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2월 금통위에서 한차례 금리인상을 더할 수 있지만,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금통위 역시 통화정책방향에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라는 문구를 빼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시장 반응은 더 예민하다. 한은의 금리 인상에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7%로 전거래일보다 0.09%p 하락했다.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3.27%, 3.30%로 하락세에 동참했다. 채권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현상은 이례적이다. 고금리 시대가 생각보다 지속되기 어렵다고 시장은 판단한 셈이다. 이 총재도 "앞으로 2~3년 뒤 금리수준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중장기 금리는 내릴 수 있다"며 "시장이 과잉반응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고 했다.

    전세자금대출 기준이 되는 은행채 2년물 금리도 4%대가 무너졌다. 5%가 넘었던 5년물 금리도 4.2% 선으로 내려섰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배경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최대 5.5%까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꺾이고 정점 전망이 하향조정됨에 따라 미리 반영됐던 리스크 프리미엄이 걷어내진 것으로 보인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주요국들의 금리인상 기조는 여전히 강하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무역거래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한은 기준금리 보다 낮은 곳은 제로금리를 고수하는 일본을 제외하면 유럽과 호주 정도다. 우리보다 금리인상을 늦게 시작한 영국 영란은행도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으며 3.5%에 다다랐다. 영란은행은 "고용시장이 견조하고 물가상승 압박은 여전하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단 4차례 인상만으로 2.5%p 올린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기조는 더 매섭다. 빅스텝 2번과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 2번을 밟으며 연준 금리를 맹추격 중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ECB가 올해 상반기 금리를 1.5%p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하며 최종 4.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한은이 금리인상을 멈춘다면 미국, 유럽 모두에 금리역전을 허용하게 되는 셈이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 둔화와 견조한 고용시장으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진입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으나 미국 경기는 인플레이션에 취약해 보인다"며 "조기에 완화된 금융시장 환경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연준의 공격적인 대응이 재발할 수 있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