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안전 강화대책 내놔… 유지·보수업무, 철도공단 감독 강화4조2교대→3조2교대 환원… 로템 등 차량제작사 정비참여 활성화관제권 단계적 통합·코레일서 떼는 방안은 연구용역 거쳐 검토사장 해임건의 초읽기… 이르면 내달 공운위서 안건 다뤄질 수도
  • ▲ 나희승 코레일 사장(왼쪽)-원희룡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나희승 코레일 사장(왼쪽)-원희룡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잇단 철도안전사고의 배경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방만하고 안일한 조직운영이 있다고 보고 개선안을 내놨다. 국토부 반대에도 도입한 4조2교대의3조2교대 환원은 물론 코레일이 위탁받아 수행하는 관제, 시설 유지보수 등의 업무에 대해 원점에서 들여다본다는 태도다. 특히 문재인 정부 말기 낙하산으로 임명된 나희승 사장의 해임카드까지 꺼내 들고 사실상 코레일 조직개편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레일 못 믿겠다"… 조직체계도 메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오봉역 사망사고와 무궁화호 궤도이탈 등 최근 늘고 있는 철도사고의 재발을 막고자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마련했다고 17일 밝혔다.

    국토부는 민간 철도안전 전문위원단 현장점검 등을 통해 코레일의 철도안전체계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무궁화호 탈선의 경우 궤도 틀림이 빈번히 검측됐는데도 제때 보수하지 않았고, 오봉역 사고는 신호가 계획대로 전환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기관차를 운행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중대사고로 연결됐다고 봤다.

    4조2교대 도입 후 조별 현장투입 인력을 줄이고 경험이 부족한 신입 직원에게 위험한 업무를 많이 맡기는 등 조직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해전술식의 차량 정비와 시설 유지·보수, 안전보다 열차 운행을 우선시하는 관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국토부는 먼저 코레일이 정비, 유지·보수 작업 품질을 자체적으로 검수할 수 있게 현장 견제 기능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방국토관리청에 철도안전관리 전담조직을 보강할 예정이다.

    민간 철도안전전문위원(100여명)과 청년제보단(100여명) 등을 통한 안전 취약요인 상시 점검에도 나선다.

    3.5시간으로 제한한 야간 유지·보수 시간은 현장 상황을 고려해 작업시간을 추가 확보하고, 레일의 미세균열 확인 등 정확성이 요구되는 점검은 낮에 할 수 있게 개선한다. 열차의 운행속도와 통과톤수 등을 고려해 점검 기준을 달리하는 '선로 등급제'도 내년 도입한다. 유지보수 실명제, 철도시설 운영이력 데이터베이스화·공개 등 기록·관리 체계도 강화한다.

    터널·교량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시설의 유지·보수는 국가철도공단의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공단 내 전문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주기적인 현장 검증을 수행하는 등 외부 감시체계를 마련한다.

    아울러 기관사의 경우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운전실 폐쇄회로(CC)TV 설치 방안 등을 검토한다.
  • ▲ KTX 탈선사고.ⓒ연합뉴스
    ▲ KTX 탈선사고.ⓒ연합뉴스
    조직관리도 손질한다. 국토부 승인 없이 도입된 4조2교대 근무체계는 지난해 12월 23일 애초 국토부가 승인한 3조2교대제로 환원토록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작업안전 수칙을 어긴 오봉역 사고와 관련해선 철도안전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경험 많은 중간관리자(3급)가 부역장·역무팀장 등 현장 책임을 더 맡을 수 있게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여객전무의 직급을 4·5급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한다.

    덩치만 키우는 인력 위주의 업무체계도 개선한다. 올 하반기 업무 전반을 자동화·첨단화하는 '스마트 유지보수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초음파 검사차량·레일 연마차 등 첨단 장비를 2025년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오봉역·태금역 등 차량정리 작업이 빈번한 20개 역사는 수동 선로전환기를 자동방식으로 전환하고, 차량 연결·해체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무선시스템도 내년까지 제천조차장역 등 9개 역에 도입한다.

    또한 차량 제작사의 정비참여를 활성화하고 사고책임 분담책임도 마련한다.

    코레일에 위탁 맡긴 관제 기능도 손질한다. 코레일 본사와 109개 역에 흩어진 로컬관제 기능을 제2관제센터가 운영에 들어가는 오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중앙관제로 통합한다.

    관제와 유지·보수 기능을 코레일에서 떼어내는 방안은 연구용역을 거쳐 검토하기로 했다. 그때까진 코레일 내 '안전부사장'을 두어 안전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하기로 했다.

    국토부 어명소 제2차관은 "코레일의 안전업무체계 개선과 인력증원 등이 필요한 경우 관계부처와 협의해 구체화해 나가겠다"면서 "관제, 유지·보수 등 철도안전체계를 전문 용역을 통해 원점에서 심층진단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내년 하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 코레일.ⓒ뉴데일리DB
    ▲ 코레일.ⓒ뉴데일리DB
    ◇좁아지는 나희승 사장 입지

    일각에선 이번 국토부의 안전 강화대책으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코레일 철도사고가 2016년 101건, 2018년 69건, 2020년 40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2021년 48건으로 반등한 뒤 나 사장이 본격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탈선 사고가 잇따르며 66건으로 늘어난 점을 지적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발생한 오봉역 사망사고,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와 관련해 코레일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인 뒤 지난해 12월 15일 결과를 통보했으며 한 달간 소명절차를 밟았다. 통상 재심의가 형식적 절차란 점에서 국토부 감사결과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감사 대상이 된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직결돼 있어 나 사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아직 해임건의안이 접수되진 않았다. 다만 국토부는 재심의 처리 기간이 지나지 않더라도 해임 건의는 별개로 진행할 수 있다는 태도다. 새해 첫 공운위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다만 설 연휴와 사전 통보, 의견진술 등을 고려할 때 다음 달 이후에나 해임건의안이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코레일의 업무체계와 조직관리가 방만하게 이뤄져 왔다고 진단하고 나아가 나 사장에 대해 해임 카드를 꺼내든 만큼 나 사장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원희룡 장관은 지난해 11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오봉역 작업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바꾸는 것을 국토부가 반대해도 일방적으로 강행에서 인력 투입이 부족한 문제가 생겼다"면서 "국토부 반대에도 노조의 요구에 굴복해 그대로 진행해서 근무 조정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원 장관은 나 사장이 답변하는 도중에 "(코레일이) 하는 게 없다. 하는 게 뭡니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