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Euro) 6b 대응과정서 요소수 분사량 줄이는 방식 채택 짬짜미질소산화물 저감효과 떨어져… 소비자 선택권 제한·'디젤게이트' 촉발배출가스 저감 관련 연구·개발 행위 담합 제재한 최초 사례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경유 승용차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담합하다 공정당국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독일 경유 승용차 4개 제조사가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4개 제조사는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BMW AG ▲아우디 AG ▲폭스바겐 AG 등이다.

    이번 조처는 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연구·개발(R&D)과 관련된 사업자들의 담합 행위를 제재한 최초의 사례다.

    질소산화물은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생성되는 독성가스로 오존, 산성비 등의 원인이며 천식, 호흡기 이상, 폐기능 저하, 폐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선택적 촉매환원(SCR) 시스템은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정화시키는 장치다. 분사되는 요소수 양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달라진다. 요소수 분사의 경우 단일분사와 이중분사가 있으며 단일분사가 이중분사보다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가 높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4년 9월 시행된 유로(Euro) 6b를 통해 이전 단계인 유로(Euro) 5보다 2배 이상 규제를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2014년 1월 시행된 질소산화물 배출허용 기준에서 이전보다 2배 이상 규제 수위를 높였다.

    4개사는 당시 업계에서 사용했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와 질소산화물 포집장치로는 강화된 규제를 충족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요소수 소비량 감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4개사는 2006년 선택적 촉매환원(SCR)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대한 요소수 분사전략을 논의하면서 질소산화물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배출가스 저감량이 낮은 이중분사 방식을 공동으로 채택했다.

    이후 4개사는 합의 내용이 반영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경유 승용차를 제조·판매했고, 그 결과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수 분사전략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공정위는 4개사의 행위가 국내 소비자들이 질소산화물 저감 성능이 우수한 친환경차를 선택할 기회를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런 행위가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건인 일명 '디젤게이트'가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디젤게이트는 2015년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경유차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기가스 저감량을 속인 사건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이 해당 제조사를 고발하면서 글로벌 이슈로 번졌다.

    공정위는 4개사의 담합 행위에 대해 벤츠에 207억4300만 원, BMW에 156억5600만 원, 아우디에 59억7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폭스바겐은 과징금을 부과받지 않았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 따라 산정되는데, 폭스바겐은 관련 매출액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