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개장이지만 아침 8시 입장해야 테이블 이용 가능해각 식당 마다 대기줄 까마득해시장 인근 식당도 모두 줄 서야되는 '핫플레이스' 등극
  • ▲ 오전 10시 30분께 예산시장 푸드코트. 이미 자리를 맡지 못한 사람들로 빼곡하다.ⓒ강필성 기자
    ▲ 오전 10시 30분께 예산시장 푸드코트. 이미 자리를 맡지 못한 사람들로 빼곡하다.ⓒ강필성 기자
    예산시장은 최근 외식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충청남도예산시장 푸드코트의 개발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명소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루 방문자가 20명 안팎에 그쳤던 이 시장은 재개장 이후 한달만에 누적 10만명이 다녀간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 예산시장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직접 예산시장을 찾아가봤다. 

    지난 11일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지만 예산시장은 주차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오전 11시에 개장하지만 오전 10시30분에 이미 주차장은 끊임없이 유입되는 차량으로 인해 서서히 차고 있었다. 

    실제 예산시장 푸드코트 내 테이블을 차지한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예산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푸드코트 중앙에 위치한 70여개의 테이블은 개장전부터 이미 만석이었다. 당시 예산군의 온도는 영하 3도. 푸드코트는 수십개의 난로에도 불구하고 입김이 나온다.

    이런 낭패를 맛본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예산시장 특성상 테이블을 맡지 못하면 아예 취식이 힘들다. 시장 곳곳에서는 ‘자리를 맡고 주문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 가장 긴 줄을 자랑했던 골목양조장.ⓒ강필성 기자
    ▲ 가장 긴 줄을 자랑했던 골목양조장.ⓒ강필성 기자
    테이블 한켠에서 이른 아침부터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장년들은 “우리는 아침 8시부터 와서 자리 맡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부지런함이 없으면 제법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11시 식당이 오픈을 시작하자 저마다 주문을 위해 자리를 떴고 자리를 맡지 못한 사람들은 매의 눈으로 인근 테이블 메뉴와 주문량을 판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일어날 테이블을 찾기 위해서다.

    이 눈치게임은 예산시장 내내 펼쳐지는 광경 중 하나다. 그리고 테이블을 잡았다고 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예산시장은 특이하게 불판과 버너를 돈을 주고 임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렇다보니 불판을 빌리기 위해 줄을 서고, 고기를 구매하기 위해 다시 줄을 서야 한다.

    특히 예산시장의 명물이라는 ‘선봉국수’는 이 푸드코트에서 가장 긴 줄을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대기시간은 약 1시간.

    예산시장 내 자리한 ‘골목양조장’은 이보다 줄이 더 길다. 이 곳 막걸리를 사기 위해 줄 선 사람들은 시장을 거의 반바퀴 감고도 이어질 정도다. 구매도 1인당 원조 막걸리 3병으로 제한됐다.
  • ▲ 일부 상품은 점심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매진됐다.ⓒ강필성 기자
    ▲ 일부 상품은 점심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매진됐다.ⓒ강필성 기자
    결국 예산시장에서 일행과의 협업은 필연적으로 중요한 선택지가 됐다. 한명은 ‘시장중국집’에 줄을 세우고 두 명은 테이블을 찾으며 다른 한명은 ‘골목양조장’에 줄을 섰다. 40여분이 지났을까 간신히 테이블을 잡고 나면 그 때부터 한명씩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서 합류할 수 있었다. 등받이도 없는 간이 의자였지만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내내 추위에 떨며 줄을 섰는데 어떤 음식이 맛이 없을까.

    특히 재미있는 것은 불판을 임대하며 받은 채소, 김치 등을 추가할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불판과 1인당 자릿값은 5000원. 4인이 방문한다면 그것만으로 2만원이 지출된다. 대신 고기는 비교적 저렴하다. ‘신광정육점’에서 삼겹살은 200g에 4900원, 뒷고기는 600g에 9000원에 판매한다. 자릿값을 깔고 가는 만큼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시중 고깃집보다 싸게 먹을 수 있게 된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과식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메뉴를 추가하고 싶다면 다시 줄을 서야 되기 때문에 첫 주문을 충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거의 다 먹을 때쯤이면 빈 테이블을 찾던 한 주부가 “옆에서 좀 기다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봤다. 실제 예산시장은 점심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 그야말로 대기의 연속이었다. 테이블은 여전히 부족했고 빈 자리를 찾아 서성이는 사람들의 행렬은 점점 늘어갔다. 반면,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이 이어졌다. 디저트 떡집은 주요 상품이 품절됐고 막걸리는 오전 판매량 매진으로 문을 닫았다. 
  • ▲ ⓒ강필성 기자
    ▲ ⓒ강필성 기자
    예산시장 푸드코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근 노상에서 판매되는 국화빵, 호떡은 수십명이 줄을 서 있었다. 가득 찬 주차장 근처 길가는 이미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빼곡하고, 시장 인근 식당은 모두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푸드코트의 치열한 경쟁을 피한다고 해도 편한 식사는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또한 핫플레이스의 숙명이다.

    줄 선 사람들은 까마득한 줄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셀카를 찍기에 여념이 없다. 기다림조차 즐겁기만 해 보인다. 이미 예산시장은 가성비 이상으로 ‘인스타 감성’이 충만한 곳이 됐다. 이 판을 깐 것이 백종원 대표 한 사람이라는 것이 놀랍다. 예산시장 앞 길은 ‘백종원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