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살인사건 이후 커지는 점주들의 안전 불안감일부 점포는 야구방망이, 몽키스패너 등 호신용품 비치불투명 시트지로 인한 범죄사가지대… “규제 재검토” 목소리
  • ▲ 특정 사건과는 관련 없음.ⓒ뉴데일리DB
    ▲ 특정 사건과는 관련 없음.ⓒ뉴데일리DB
    "카운터에 야구방망이랑 의자를 갖다 놓고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카운터 밑에 대형 몽키스패너를 놓았어요."

    최근 편의점을 대상으로 하는 강도, 살인 범죄가 늘어나면서 편의점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편의점주는 호신용품을 매장에 구비하는 것으로 불안을 달래 보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은 아니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우려였다. 지난 2021년부터 담배광고의 외부노출 차단을 위해 투명한 편의점 외벽에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면서 편의점이 범죄의 사각지대가 되리라는 전망이 현실이 된 것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 계양구의 한 편의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편의점업계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범인은 이미 강도상해 사건으로 징역을 산 뒤 전자발찌까지 부착한 상태였지만 이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 

    그는 체포된 이후 “금품 20만 원을 빼앗으려다가 피해자가 막아서며 소리를 지르자 순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심야에도 영업을 하는 편의점 특성상 강력범죄의 타겟이 되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상황은 심상치 않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에서 편의점 담배광고의 외부노출 차단을 위해 편의점 외벽에 불투명 시트지를 강제적으로 부착시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부가 훤히 노출된 편의점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되면서 보다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 됐다.

    최근 편의점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적지 않다. 방역 기간에 마스크 착용을 고지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물건을 샀는데 비닐봉투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를 몰고 편의점으로 돌진한 사고도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 편의점주를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편의점주들의 단체인 편의점네트워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편의점 외벽 불투명 시트지 부착은 그 취지와는 다르게 외부와 편의점 내부를 차단시켜 오히려 범죄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요소가 돼가고 있다”며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끔찍한 살인부터 주취자를 비롯해서 심지어 담배를 사러 온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다양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부 편의점주들이 촌각을 다투는 위기 상황에서 경찰의 신속한 대응을 기대할 수 없기에 112 긴급호출 대신 자력구제를 위해 각종 호신구를 준비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편의점의 안전문제를 해결하여 공공의 보호라는 국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에도 ‘시트지 강제 부착 제도’를 재고하라는 성명성을 내기도 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당장 편의점이 범죄에 표적이 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점주 및 근무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주들에게 강도가 돈을 요구하면 저항 없이 다 주고 보험처리를 하라고 권고하지만 이번 사건만 하더라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불투명 시트지에 대한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라며 “편의점 근무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 정책은 재검토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