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87억원 전년 384억 대비 77.2% 급감…영업이익률 '0.6%'서울·대구에 미분양물량 적체…마포 '빌리브 디에블' 11가구 팔려물류센터 2개소 수주했지만 시 직권취소 착공발목…백지화 우려도프리미엄 스크린골프장 개점…코로나19 종식으로 해외원정 늘어
  • ▲ 대구 수성구 소재 '빌리브 헤리티지' 현장. ⓒ신세계건설
    ▲ 대구 수성구 소재 '빌리브 헤리티지' 현장. ⓒ신세계건설
    신세계건설이 어닝쇼크에 준하는 실적하락을 기록했다. 주택경기가 불확실한 만큼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유통통'인 전임대표와 달리 '건설통' 정두영 사장이 수장으로 선임된 점은 위안거리로 보인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신세계건설 실적은 매출 1조4428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1조2567억원에 비해 14.8% 증가하면서 2년연속 성장세를 그렸다. 2010년대 들어 최대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384억원에 비해 77.2% 급락하면서 2013년 어닝쇼크(-202억원)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0.60%로 2013년 -4.58%이후 가장 낮았다.

    수익성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부동산경기가 꺾이면서 분양시장이 침체된 데다 원자재쇼크와 건설노조파업 등 여파로 풀이된다.

    문제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분양물량이 적체된 대구에 △달서구 '빌리브 라디체(606가구)' △북구 '빌리브 루센트(258가구)' 등 잔여물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확한 미분양물량은 신세계건설 측 요청으로 대구시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에도 미분양이 남아있다. 마포구 '빌리브 디에이블'은 총 256가구 가운데 245가구가 미분양됐다. 현재 서울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13개단지중 미분양 가구수가 가장 많다. 

    앞서 신세계건설은 그룹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선언하며 건설부문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그동안 이마트(지배회사)와 신세계 등 그룹에서 발주한 상업시설 신축을 통해 성장해왔지만 '일감몰아주기'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데다 그룹내 오프라인 점포 신규출점이 줄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했다. 

    이에 신세계건설은 주택브랜드 '빌리브'를 런칭하고 물류센터 등 외부일감을 늘리면서 사업구조 재편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주택사업 경우 미분양이 적체됐고 물류사업은 변수를 만났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경기 양주시에서 물류센터 2개소(양주옥정 물류센터 1·2)를 수주했다. 두 건의 계약으로 올린 수주액은 314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양주시에서 물류센터 직권취소를 추진하면서 착공에 발목이 잡혔다. 시에서 물류센터건립으로 인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우려 등 공익적 측면에서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류센터 백지화 특별팀을 구성해 허가절차 과정의 적법성여부를 집중적으로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 ▲ 경기 여주시 소재 '자유CC'. ⓒ신세계건설
    ▲ 경기 여주시 소재 '자유CC'. ⓒ신세계건설
    또 다른 먹거리인 골프사업도 턴어라운드에 큰 힘을 실어주진 못할 전망이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레저부문에 스크린골프사업을 추가하고 기존골프장을 확장하는데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등 사업강화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TGX(토탈 골프 익스피리언스)'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1월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부에 스크린골프장 1호를 개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특허청에 TGX를 상표권 출원도 했다. 상표권 사업분류에는 골프연습장 서비스업, 골프장 피팅업, 경기장 시설임대업 등으로 등록했다. 또 골프바지, 골프셔츠, 골프가방, 골프화 소매업 등도 써둔 만큼 골프관련 패션사업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TGX는 수준 높은 전문레슨·특화기술을 접목한 공간, 차별화된 서비스로 골프의 모든 경험을 제공하는 데이터기반 프리미엄 골프 아카데미다. 신세계건설은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6년까지 신세계건설이 보유한 자유CC(경기 여주시)의 골프코스를 기존 18홀에서 9홀 늘어난 27홀로 증설하기 위해 총 8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골프장 증설 투자비는 회원권을 분양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레저부문이 신사업을 통해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수익성 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인기를 끌었던 젊은층 골프수요가 감소하고 해외골프 수요증가로 골프장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신규회원권 분양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 유효할지도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레저부문이 스크린골프사업에 진출하고 골프장사업을 강화해서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라도 건설부문 매출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전체 실적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재무건전성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부채총액은 7504억원으로 2010년대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을 비롯한 중견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수익성 악화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미분양 리스크 등 여파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비빌언덕은 지난해말 신임수장으로 선임된 정두영 대표다. 정 대표는 전임자였던 윤명규 전 대표와는 결이 다른 인사다. 지난 6년간 대표이사를 맡았던 윤 전 대표 경우 이마트위드미 대표를 역임한 유통업계 출신이었던 반면 정 대표는 신세계건설에만 몸을 담았다.

    반면 정 대표는 신세계건설 입사후 32년 동안 '건설맨'으로 일해왔다. 2011년부터 T프로젝트와 영업, 공사담당을 두루 거쳤으며 2016년 공사총괄 자리에, 2017년에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영업본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했다. 신세계건설이 1991년 3월 설립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우물을 판 것이다.

    신세계건설 성장을 지켜보고 이바지한 만큼 회사 문제점과 장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한 인물로 꼽힌다. 이에 정 대표가 선제대응과 과감한 혁신을 추구한다면 위기극복은 물론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인물을 수장으로 발탁한 것은 전문가로서 위기를 타개하길 기대하는 것"이라며 "중견사 경우 국내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동향을 빠르게 파악하는 선구안을 가진 수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