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비용급증·미분양우려에 PF사업장 231곳중 32곳 지연·중단자재수급 차질로 공사중단·지연되기도…시공사-조합 갈등 빈번원자재쇼크·자금조달 이중고…지난해부터 또다시 도산기업 증가
  • ▲ ⓒ강민석 기자
    ▲ ⓒ강민석 기자
    부동산침체가 길어지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에 대한 부실우려가 재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시멘트·철근 등 건설자재 생산부족으로 인한 수급불균형에 따른 비용증가로 이해관계자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건설사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보릿고개는 유난히 길고 험난해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 개발사업은 브릿지론을 활용해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권을 담보로 본PF 자금을 조달하는 식이다. 이후 분양을 통해 생기는 수익으로 이를 상환한다. 

    문제는 기존 시행사들이 받아 둔 브릿지론 금리에 비해 본PF 금리가 급등하면서 시행사측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자금조달창구인 분양시장마저 악화돼 공사비 회수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지난해초 8%대였던 브릿지론 금리는 현재 15% 수준으로 치솟았고 본PF 금리도 5%대에서 10%대까지 끌어올랐다. 법정 최고금리는 20%다.

    실제 건설현장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부동산PF 관련 건설사 애로사항 실태조사'를 보면 회원사들이 시공에 참여중인 PF사업장 231곳 가운데 32곳(13.9%)이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말 설문을 통해 집계결과로 비주거사업을 위주로 하는 전국 종합건설사 355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에 응한 업체가 355개사중 36개사(10.1%)에 불과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현장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익명(설문)이라고 해도 회사의 부정적인 상황을 조사하는 설문에는 응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 공사지연이나 중단현장은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착공후 문제가 생겨 공사가 지연된 현장은 25곳이며 공사가 중단돼 사업자체가 어그러질 위기에 놓인 현장은 7곳에 달했다. 이 관계자는 7곳에 대해 "PF 실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결정돼 사업이 중단된 곳들"이라고 부연했다.

    업체당 평균 예상손실액은 브릿지론 과정에서 785억원, 본PF 과정에서 2024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상손실액은 각 PF과정에서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가 대신 갚아야 할 금액에 공사기간중 발생한 금융비용 등을 더한 수치다.

    응답업체중 78.8%는 올상반기까지 자금여건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고금리상황에서 분양시장도 날로 악화하고 있어 올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라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나빠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만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 ▲ 철근. ⓒ연합뉴스
    ▲ 철근. ⓒ연합뉴스
    여기에 건설자재 수급불균형 문제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기 변화에 따른 주요 건설자재 수요변화 연구'에 의하면 올해 건설자재 수요는 전년대비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향후 수급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경기 회복·확장기에는 시멘트·레미콘·골재·석재·철근·봉강 등 주요 건설자재 수요량보다 더 많은 생산이 이뤄진다. 그러나 경기 하락국면에서는 실수요보다 생산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완공되는 공사건수가 증가한 덕에 전반적으로 건설자재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부터 신규착공건이 감소해 자재생산자들은 재고조정을 위해 감산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 비용증가에 대비하고 향후 공사물량 위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 2021년 철근난 경우 대중국 수입물량이 감소한 것과 함께 국내 자재생산업체가 과도하게 재고량을 줄인 까닭이 컸다.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2021년 상반기 철근난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급등과 같은 자재문제를 향후 2~3년내 또다시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수급불균형 문제는 곧 비용에 따른 갈등으로 이어진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사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시공사와 조합간 자잿값 인상 등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현재는 공사중단 위기를 넘겼지만 앞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조합의 설계고급화 주문에 따라 늘어난 공사비 1500억원을 증액해 달라며 조합명의 통장 입출금을 중단하겠다고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동부건설 역시 서울 서초구 신성빌라 재건축현장에서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 조합과 원자잿값, 인건비 인상에 의한 공사비증액 반영을 두고 팽팽한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조합측은 금리가 올라 PF리스크가 확대된 판국에 추가지급이 어렵다고 맞섰지만 결국 동부건설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둔촌현대 1차 리모델링'을 포함해 크고 작은 사업지에서 시공사와 조합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달은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분위기속에 감소세를 보이던 건설사 도산건수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 건설사 도산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자중 건설사업자는 모두 14곳으로 전년보다 2곳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40곳이던 도산업체는 2019년 49곳으로 증가했다가 2020년과 2021년 각각 24곳, 12곳으로 급감했지만 3년만에 흐름이 반전됐다.

    지난해 부동산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인 우석건설이 부도난 데 이어 경남 창원 중견종합건설업체 동원건설산업이 지난해 총 22억원이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순위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34억원 규모 노동자 임금체납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미분양 상황이나 주택매매가 등 주요 통계자료들이 과거 금융위기이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까지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며 "대우건설 경우 사업을 계속 진행하면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시공을 포기했는데 중소형 지방건설사 경우는 타격이 더 클 것이고 앞으로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속속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차원에서 이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본격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재정이 한정된 만큼 사업성이 낮은 현장까지는 모두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자재시장과 관련해서는 "건설경기에 대한 이해와 자재시장 특성을 고려해 향후 자재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민간과 정부가 적정생산과 재고를 확보해 안정적인 시장환경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