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린푸드만 지주사 전환되며 정교선 부회장 지배력↑정지선 회장 현대백화점 지분 17.1%에 불과계열분리 위해선 약 800억원의 추가 재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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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반면 그의 동생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그린푸드의 인적분할만이 주총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통상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는 오너의 지배력이 강해진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현대백화점 대신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오너의 지배력만 높이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정 회장 형제의 계열분리 시나리오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중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무산되면서 오너일가의 지배구조 밑그림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의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백화점홀딩스, 현대지에프홀딩스를 각각 지주회사로 두는 지배구조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인적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한 것은 현대그린푸드 뿐이었다.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주주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반쪽짜리 지배구조 개편만 진행되게 된 것이다.

    통상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는 오너의 지배력이 강화된다. 분할 과정에서 기존 주주는 분할되는 신설 기업에 대해 같은 지분의 신주를 받게 된다. 사업회사의 지분이 불필요한 오너 입장에서는 사업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고 그만큼의 지주회사 신주를 받아 지분을 높이는 과정을 밟는다.

    문제는 현대백화점의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되면서 현대그린푸드만 이 효과를 누리게 됐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의 지분 17.09%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2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향후 정 부회장이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보유하게 될 지분은 현물출자 시 참여 주주 구성 및 시가총액, 매입·처분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을 양분하는 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중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배력만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향후 예상되는 형제간 계열분리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의 지분 12.05%를 보유 중인데 이는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중 3분의 1에 해당한다. 

    형제간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정 회장이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의 지분을 정리해야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지배력 강화가 무산되면서 정 회장의 선택의 폭은 크게 줄었다.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 외 보유 중인 계열가의 지분은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12.7%다. 하지만 이 지분의 가치는 약 847억원(18일 종가기준)으로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의 지분 가치 1604억원(18일 종가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계열분리를 위해 정 회장이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현대백화점 지분과 교환하더라도 8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정 회장이 계열분리 재원마련 및 지배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경영권은 정지선 회장이 보유한 지분 17.09%에 현대A&I 4.31%, 정몽근 명예회장 2.63%까지 포함할 경우 24% 수준으로 충분히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으며, 계열 분리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