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업황 부진 속 대다수 정규직 감소…계약직 채용 늘려삼성·포스證 등 제외 투권인 대폭 축소…시장 악화 영향 반영증권사 플랫폼 및 콘텐츠 고도화…"투권인 설 자리 줄어들어"
  • 지난해 업황 부진에 시달렸던 국내 증권사들이 정규직 직원들을 줄이고 계약직 직원들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과거 증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핵심 판매채널로 여겨졌던 투자권유대행인은 대폭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30개 증권사 기준 2021년 말 2만5352명이었던 정규직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2만5286명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계약직 직원은 2020년 1만259명에서 지난해 1만539명으로 3%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하면 계약직 직원 비중은 더 늘어난다. 2021년 말 1만813명이었던 국내 전체 증권사 계약직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1만1424명으로 5.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증시 부진 및 업황 악화를 겪은 증권사들이 정규직을 늘리기보단 계약직 채용으로 조직에 유연성을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공채보단 수시 채용을 선호, 계약직 직원이 늘었다"라며 "정규직의 경우 정년퇴임, 임금피크 등으로 인해 줄어든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권업은 특성상 이직이 잦고 성과주의 영업직의 경우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사람들끼리 함께 옮기는 경우가 많다"라며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연봉 계약이 이뤄지는 것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다수"라고 덧붙였다.

    특히 계약직 직원이 정규직 수를 넘어선 곳도 있었다. 정규직원 수는 852명, 계약직원 수는 929명으로 계약직원 수가 정규직 직원 수보다 많다. 이밖에 다올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한양증권 등도 계약직원 수가 정규직보다 더 많다.

    증권사 내 정규직 비중 감소세는 올해 들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유동성 위기로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겪은 일부 증권사들이 희망퇴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해당 수치는 올해 1분기 반영될 전망이다.

    증권사 내 투자권유대행인(투권인)이 줄어든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투권인은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위탁계약을 통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투자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자를 말한다.

    금투협 공시에 따르면 2021년 말 1만1719명이었던 국내 증권사 전체 투권인은 지난해 말 기준 1만540명으로 줄었다. 지난 2019년 말 1만2664명이었던 증권사 투권인 수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전년과 비슷한 4600명대 투권인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증권과 2021년 대비 160여명의 투권인을 늘린 한국포스증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증권사들은 투권인 수를 줄였다. 

    이 또한 악화된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국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고도화되고 투자 관련 콘텐츠가 전문화·다양화되면서 증권사에 있어 투권인의 필요성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공모 펀드 시장이 죽고 스스로 투자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투권인의 활약이 줄어들었다"라며 "유튜브 등을 보고 자기 주도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투권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투권인을 잘 활용하는 지점이나 PB들이 있었지만,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며 "계좌개설부터 투자까지 MTS를 통해 본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세상에서 투권인의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