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환노위서 통과 강행,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앞둬경제단체, 불법파업 조장 및 기업 활동 위축 우려 제기지난해 5월 화물연대 총파업, 1조6000억 생산 손실 피해
  • ▲ 화물연대 파업ⓒ연합뉴스
    ▲ 화물연대 파업ⓒ연합뉴스
    노동조합의 파업을 폭넓게 보장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오늘 야당 단독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는 2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의 원청 상대 교섭권을 보장하는 등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노동조합법에는 이미 합법적인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에 대해선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명문화돼있다. 노란봉투법은 이에 더해 불법 노동쟁의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한 점이 핵심이다. 

    경제계는 만능파업법이 탄생했다며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킨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주요국 대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언론에 보도된 무리한 파업 및 불법행위로 인한 생산손실액이 6조546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5월 8일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약 1조6000억원 생산손실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S기업은 2022년 6월과 7일 51일간 하청업체의 임금인상 요구에 따른 파업으로 약 8000억의 손실을 봤다. 

    현재도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수년간 노동조합이 조직적으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며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등 노조 횡포에 의한 개인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실정이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노란봉투법은 기존 교섭·쟁의행위체계와 괘를 달리하는 입법으로 충분한 숙고와 세밀한 설계를 통해 기존 질서와의 충돌을 최소화하더라도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충격을 피할 수 없는 입법이다"라며 "이러한 논의조차 없이 단순히 몇몇 조항만을 바꾸면 된다는 식의 입법은 기업과 경제를 실험대상으로 삼는 행위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각계각층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노란봉투법이 하도급 관계가 불가피한 조선, 건설, 제조 등 국내 주력 산업이 구축한 고유 생태계와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하청 노조의 원청 사업자에 대한 쟁의 행위를 허용하고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면, 노사간 대립과 갈등은 심화되고 파업이 만연할 것이"이라며 "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제한은 기존 불법행위 체계에 반함은 물론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경련은 주요국에서도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으며, 선례로 들고 있는 영국조차도 노조의 책임 강화 추세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민법상 도급 체계를 무너뜨려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라며 "고도의 경영상 판단, 재판 중인 사건 등에 대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하게 돼 노사갈등은 급증하고 현장에는 ‘파업만능주의’가 만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의와 법무법인 세종이 금일 개최한 '최근 노동판례·정책 동향 및 기업 대응방안 웨비나'에서 강연을 맡은 김동욱 파트너변호사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도급활용에 제약을 받게 되면 현재 다양한 사업체간 네트워크화와 협업화를 통해 갖춘 국내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파업은 노조원들의 집단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을 개별 조합원별로 행위를 입증하고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민노동조합과 함께 개최한 '노동 양극화 해소를 위한 토론회'에서 "사측이 어떠한 피해를 입더라도 무조건 달게 받으라는 뜻"이라며 "기업의 생존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시도"라고 말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의 다음 입법 절차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다. 야당 환노위원들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가 법안 처리를 지연시킨다면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할 계획이다. 법사위가 60일간 이유 없이 처리하지 않는 법안은 소관 상임위가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의결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으로 응수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