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의사 3명 모집에 3명 지원… 내일 면접 예정주 4일 응급실 운영 '한계 봉착'… 지역 응급의료 붕괴 현실이형민 회장 "취약지 응급체계, 인력·시설·지원 대책 시급"
  • ▲ 속초의료원 전경. ⓒ속초의료원
    ▲ 속초의료원 전경. ⓒ속초의료원
    속초의료원이 규모에 걸맞지 않은 연봉 4억원대의 파격 조건을 걸고 나서야 주 4일만 운영되던 응급실 공백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당장 급한 불은 끄게 될 전망이지만, 근본적 대책이 없이는 제2의 속초의료원 사태가 어디서든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속초의료원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진행한 응급실 전문의 2차 채용 원서접수가 전날(21일) 마감됐고 3명 모집에 3명이 지원했다. 지원자들은 내일(23일) 면접이 예정됐다.

    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실 운영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인 만큼 되도록 빨리 근무할 수 있도록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월부터 곧바로 근무가 가능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다수의 의료계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3명 중 2명은 근무가 확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명의 경우는 면접 등을 통해 구체적 근무조건에 대한 조율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총 5명 정원으로 구성됐다. 기존 2명에 신규 3명이 모두 충원돼야 정상적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번 응급실 공백 사태는 지방의료원의 취약한 경영 상황 속에서 파격 대우를 걸고 응급의학과 의사 모집을 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지역의료의 취약한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다.

    ◆ 지역 응급의료기관 붕괴 가속화… 4차 응급의료대책 '전면 개편' 

    다행히 속초의료원의 경우는 1차 모집에 실패한 뒤 약 1억원을 올려 2차 모집에서 4억2000만원의 연봉을 제시해 발등에 떨어진 불을 껐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땜질식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응급의료의 붕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취약지 필수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인력, 시설,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그에 걸맞은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제2 속초의료원 문제는 어디서든 발생할 가능할 가능성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서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해당 계획은 기존 40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최대 60곳의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응급의료기관의 기능이 외려 축소됐다. 취약지와 지역에서 응급의료의 게이트 키핑 역할 대신 24시간 진료센터로 전락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응급상황에서 중증, 경증을 명확히 분류할 수 있는 기전 자체가 모호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걸어 들어온 환자가 심각한 상황으로 변할 수 있는 곳이 응급실인데 중증응급의료센터만 늘린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료원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가뜩이나 열악하고 고된 근무환경에 지쳤는데 이를 부추기는 정책이 시행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지역 응급의료기관의 기능을 확대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형성돼야만 제2의 속초의료원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