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부회장 선임후 자금시장서 2조 확보…유동성 리스크 완화'르엘' 내세운 주택사업 비롯 해외·플랜트·UAM 등 정상화 '총력'
  • ▲ 롯데건설. ⓒ뉴데일리
    ▲ 롯데건설. ⓒ뉴데일리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사태로 자금난에 직면했던 롯데건설이 지난해말부터 자금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만기가 도래한 10여곳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차환에 성공했다.

    최근 발행한 공모채에서도 완판을 기록하면서 조직내부 분위기도 어느 정도 본궤도로 올라섰다는 후문이다. 지난해말 취임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지휘아래 임직원들과 계열사까지 합심해 재무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평이다.

    재무안정화 다음 스텝은 주택분야를 필두로 해외사업과 신사업확장을 통한 또다른 유동성리스크를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롯데건설은 박현철 부회장 취임후 약 한달만인 지난달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부동산PF 관련채권을 매각해 자금 1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해당채권은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사업에서 ABCP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메리츠증권 등은 롯데건설 브랜드가치와 사업성이 뛰어난 우량프로젝트 등에 주목해 이번 채권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2월말 전환사채 2000억원과 1월 공모사채 2500억원 등 회사채 총 4500억원을 완판했다. 앞선 자금조달까지 모두 2조원을 끌어온 셈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자금난이 심화하며 계열사로부터 1조1000억원대 자금을 대여했다. 지난해 12월 롯데홈쇼핑과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대여한 4000억원을 조기상환했고 1월에는 롯데케미칼에서 빌린 5000억원도 갚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3개월간 만기도래한 총 1조7000억원 규모 PF차환에 성공하면서 일각에선 롯데건설 유동성위기가 종식됐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롯데건설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박현철 부회장 리더십에 기인한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유동성위기에 직면한 이후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하석주 전 대표를 대신해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박 부회장은 건설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대내외리스크에도 큰잡음 없이 원만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실제로 그는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14년가량을 건설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롯데 정책본부에서도 건설과 화학분야를 담당했을 정도로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그룹으로 자리를 옮긴뒤 줄곧 경영관리 등 '돈줄'을 관리하면서 전략·운영 등 기업 체질개선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다. 실무를 맡았던 보직도 △그룹 경영관리본부 경영관리팀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 등이다.

    2015년에는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서 롯데월드타워 공사에 깊이 관여했다. 당시 안전관리를 맡으면서 친정인 롯데건설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특히 2016년 노병용 전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으로 구속되자 대표대행을 맡아 위기를 극복하고 2017년 2월 롯데월드타워 사용승인을 끌어냈다. 이 공로로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정식 롯데물산 대표이사가 됐다.

    올해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박 부회장이 강조하는 경영기조가 잘 드러난다. 그는 "내실다지기를 통한 경영관리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실제 연초부터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하는 등 단기 유동성리스크를 덜어내면서 위기관리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신년사에서는 또 바이오·수소·모빌리티·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성장사업 동력확보를 위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에 롯데건설은 도시정비사업, 해외건설 프로젝트 등 수주에도 활발히 나서는 한편 수소·모빌리티·UAM 등 신사업에 대한 동력을 확보해 침체한 주택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주택사업에서는 그동안 공들여왔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르엘'은 기존의 고급화된 롯데캐슬 이미지를 이어가면서도 롯데건설이 가진 모든 노하우를 집약해 최고급 한정판 주거상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르엘' 브랜드를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인 '반포 르엘(596가구)'과 '르엘 대치(273가구)'는 강남 최고 프리미엄 아파트로 자리 잡았으며 한강조망 청담동 아파트로 알려진 '청담 르엘(1261가구)' 분양을 상반기 앞두고 있다.

    롯데건설 측은 "고객니즈를 반영한 주거상품을 지속 개발하고 우수한 입지 고급아파트를 꾸준히 공급함으로써 분양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부터 준비한 사업에 대해 진행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해 롯데건설은 베트남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착공에 돌입했다.

    이사업은 호찌민시 투티엠 지구에서 서울 코엑스 1.5배에 달하는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 복합쇼핑몰을 구축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총 1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롯데월드타워 준공 등으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고 IoT, AI와 같은 최첨단기술이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에쓰오일이 발주한 '샤힌 프로젝트'에도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은 울산에 에틸렌·폴리에틸렌 등의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이와 함께 UAM을 필두로 한 신상장동력 발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UAM 인프라시설 핵심인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 특수성을 반영해 유통·관광 인프라시설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롯데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그룹 내 유통을 담당하는 계열과 논의해 그간 확보한 유통망내 버티포트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실제 지난해 롯데정보통신, 롯데렌탈 등과 함께 국토교통부가 진행하는 '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참여를 위한 컨소를 구성한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공동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롯데건설 측은 "정비사업과 플랜트 등 기존에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계속 선두를 지킬 것"이라며 "UAM을 비롯해 리모델링 특화기술개발 등 신성장사업을 꾸준히 모색해 자금경색 위기를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