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이민호·이병헌 등 세무조사서 수억원 추징권상우, 모범납세자·국세청 홍보대사 전력 도마 위'제2의 송혜교' 사태 비화하나… 부실 공개검증 논란"연예인 검증 더 철저해야… 홍보대사 위촉 별개로"
  • ▲ 배우 송혜교 씨가 지난 2014년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탈세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 배우 송혜교 씨가 지난 2014년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탈세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유명배우 권상우, 김태희, 이민호, 이병헌(가나다순)의 탈세 소식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탈세가 아니다. 회계처리상 착오가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송혜교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탈세 대열에 오른 권씨가 지난 2005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같은 해 국세청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권씨의 사례는 송씨와 똑같다. 송씨는 지난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2009년부터 3년간 지출한 여비교통비 59억5300만 원 중 92%에 해당하는 54억9600만 원을 증빙서류 없이 필요경비로 신고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사실이 2014년 언론에 알려지며 당시 국세청장 청문회에서도 크게 이슈가 됐다. 더욱 문제가 됐던 것은 송씨가 2009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됐기 때문이었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표창 훈격에 따라 2~3년의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준다.

    당시 송씨는 "세무대리인이 알아서 한 것이다. 세금에 대해 무지했다"는 변명을 했다. 하지만 세무대리업계에선 세무대리인이 알아서 거액의 필요경비를 증빙서류 없이 처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송씨의 동의 없이 세무대리인이 알아서 했다는 변명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송씨가 모범납세자 혜택을 악용해 탈세했다는 의혹이 일자, 국세청은 2015년부터 모범납세자에 대한 사후검증을 연 1회 실시하는 안을 도입했다. 2019년부터는 연 2회의 사후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말 뿐인 모범납세자 공개검증… 성명·회사명만으로 공적 파악?
  • ▲ 배우 송혜교 씨가 지난 2014년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탈세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 ▲ 배우 송혜교 씨가 지난 2014년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탈세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연합뉴스
  • ▲ 국세청이 지난달 공개한 연예인 김수현, 송지효, 임원희 씨의 모범납세자 후보 공적. ⓒ국세청
    ▲ 국세청이 지난달 공개한 연예인 김수현, 송지효, 임원희 씨의 모범납세자 후보 공적. ⓒ국세청
    국세청은 매년 3월 3일 납세자의날에 모범납세자를 선정한다. 이에 앞서 수백 명의 모범납세자 후보 명단을 공개해 검증과정을 거친다. 올해도 지난달 586명의 모범납세자 후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모범납세자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모범납세자의 납세실적 등을 비공개하면서, 단지 성명과 회사명 공개만으로 검증하라는 것부터가 무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국세청이 밝힌 모범납세자들의 공적은 대부분 '성실납세를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한 것이다. 2018년 이전까지는 수백 명의 모범납세자 공적이 '성실한 납세로 국가재정에 기여하고, 건전한 납세풍토를 조성'한 것으로 모두 똑같았다. 이것이 논란이 되자 그 이후에는 문구만 조금씩 바꿔 공개검증을 하는 실정이다.

    일반 국민이 잘 모르는 개인이나 법인의 공적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은 채 모범납세자 여부를 검증하라는 것은 부실 검증을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실 검증으로 모범납세자로 뽑히고 더 나아가 국세청 홍보대사 역할까지 맡았던 연예인들이 돌연 탈세 연예인으로 둔갑하는 모순은 청소년을 비롯해 대중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더욱 심각하다. 연예인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세청은 올해 모범납세자 후보에 연예인 김수현, 송지효, 임원희 씨를 올렸다. 이들의 공적은 '한류와 연예산업 발전에 기여한 성실납세자'다.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했는지, 납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계적-요식행위 전락한 연예인 모범납세자 선정
  • ▲ 지난해 5월 국세청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이승기, 배우 조보아 씨. ⓒ연합뉴스
    ▲ 지난해 5월 국세청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이승기, 배우 조보아 씨. ⓒ연합뉴스
    국세청은 매년 기계적으로 남녀 연예인 2명을 대통령 표창을 받는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국세청 홍보대사로 위촉해왔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연예인(국세청 홍보대사는 ★ 표시)은 △2013년 엄태웅(★) 한가인(★) 이문식 △2014년 공유(★) 하지원(★) △2015년 송승헌(★) 윤아(★) △2016년 조인성(★) 최지우(★) 김국진 △2017년 유해진(★) 성유리(★) 송지효 김태균 임원희 △2018년 하정우(★) 김혜수(★) 이광수 김성령 한효주 혜리 △2019년 이제훈(★) 서현진(★) 김준현 정려원 오상진 이윤지 신구 배철수 △2020년 이서진(★) 아이유(★) △2021년 조정석(★) 박민영(★) 태민 조세호 △2022년 이승기(★) 조보아(★) 이선균 씨 등이다.

    국세청은 "모범납세자는 연예인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두고 있지 않으며, 공통된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모범납세자에 대한 공개검증은 철저히 하되, 모범납세자와 국세청 홍보대사 위촉은 별개로 가야한다고 지적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모범납세자 공개검증 내용을 보면 명단만 나오고 세목이나 납부실적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사전 공개검증은 의미가 없고 제기능을 상실했다"며 "연예인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할 땐 일반인에 비해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연예인은 납세자의날에 단상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데, 일반인 모범납세자보다 연예인이 세금을 더 납부해서 사진을 찍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모범납세자는 세금과 직결되고, 홍보대사는 홍보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따로 가야한다. 홍보대사는 모델이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측면에서 연예인 모범납세자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