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SIS서 한국산 장비 中 수출 규제 강화 언급가뜩이나 중국향 장비수출 줄었는데… 국내 업계 울상대기업 삼성·SK 이어 '중소기업' 포진 시장까지 '생존' 문제 봉착
  •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클린룸 전경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클린룸 전경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으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도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 SK와 달리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 상당수가 중소기업에 해당돼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생존 자체를 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미국·네덜란드·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협상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독일도 수출규제에 합류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가치사슬을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이미 미국이 주장한 대중 수출 규제에 동참키로 했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 핵심 반도체 장비가 중국에 유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중국 반도체 기술 발전에 완전히 제동을 걸 것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선 이미 규제에 동참키로 한 일본과 네덜란드 외에도 독일과 한국이 참여해야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를 제외하면 현재 글로벌 반도체 장비시장에서 네덜란드와 일본의 존재감이 막강하다. 네덜란드는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개발, 생산할 수 있는 'ASML'이 있는 곳이고 일본에는 코터나 디벨로퍼 같은 일부 장비에서 세계 시장 90% 이상을 점하고 있는 도코일렉트론이 있다.

    CSIS는 네덜란드와 일본에 이어 한국도 빨리 대중 수출규제에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생산시설을 위한 장비 구입에 나설 수 있다"며 사실상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발언도 보고서에서 언급했다.

    이번에 CSIS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대중 수출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미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 보조를 받기 위해 중국에 추가적인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에 이어 보다 광범위하게 한국 기업들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CSIS의 이번 보고서 발표를 통해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인 가드레일 조항 세부사항에서도 삼성과 SK가 대중 수출규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규제 시행을 1년 유예받는 합의를 이끌어내긴 했지만 여기서 추가적인 유예는 어려워진 분위기라는게 게 업계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삼성과 SK 외에 중국에 장비를 공급하던 국내 장비업계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삼성과 SK의 중국 공장에 납품은 물론이고 직간접적으로 중국으로 향하던 제품들의 수출길이 막힐 위험에 놓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삼성이나 SK 의존도가 높고 더불어 중국 수출 의존도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국내 반도체 장비 규모는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 규모였는데 지난 2021년에만 해도 이 규모가 22억 5800만 달러(약 3조 원)로 40% 이상 컸다. 미국의 중국 통제가 시작되면서 가뜩이나 줄어든 국내 장비업체들의 수출 규모가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대부분이 중견 이하 중소기업에 속한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당장 올해부터 중국 수출규제가 본격화되면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기업 생존 자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수출규제로 파급된 영향이 한국 장비의 중국지역 수출 감소를 가속화하는 단기적, 중기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미국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반도체 장비를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위협요인이다. 지난 2021년 21% 수준이었던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32%까지 상승했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는 기간 동안 중국이 그동안 한국에서 조달 받았던 장비들 상당수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