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활성화, 대통령실과 공유"공식화 시점 주목'연말 3%' 전망 한은과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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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내수 진작 등 경기 부양을 공식화 하고 나서 시점과 내용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 불안이 여전하고, 미국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제기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민생 현장이 어려워서 소비가 더 활성화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 내수 활성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용산(대통령실)에서도 그런 문제의식을 함께하면서 저희(기재부)와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물가, 고금리, 과점체제 부작용으로 서민이 많이 어렵다"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경제부처가 협의해 내수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서민들의 팍팍한 호주머니 사정에 근거해 내수 진작책을 대통령실에서 주문했고, 기재부는 소비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기 부양책을 구체적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경기 부양책의 발표 시점으로 옮아가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와 관련, "2분기에는 3%대 물가 수준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내놓았다.

    이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과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은은 올 상반기까지 4%대를 기록하다 연말쯤 3% 초로 떨어지는 물가 경로를 상정 중이다. 이조차도 대내외 여러 불확실성이 배제된, 다분히 기대치가 반영된 예상 경로다.

    그런데 추 부총리는 물가상승률 3%대 진입 시점을 한은보다 6개월 정도 앞당기는 발언을 내놓았다. 연말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빠르면 2분기 중에라도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친윤 체제로 안정된 만큼 지금부터는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 서민들이 확실히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기본 여건이 갖춰진 만큼 이제는 내수 부양 등 성과에 올인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여당과 정부의 뜻대로 시장 상황이 움직여 줄 지는 미지수다. 당장 미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향 진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 위로 올라섰고, 금리와 주가도 이에 연동되는 모습이다.

    미국이 빅스텝을 밟으면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이 견디기 힘든 수준이다. 현재의 1.25%포인트 격차도 근 2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은도 금리를 인상하며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데 기재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 '엇박자'라며 시장의 질타를 면하기 어렵다. 

    다만, 미 연준이 빅스텝을 밟지 않고, 한은도 3.5~3.75% 정도로 기준금리를 운용할 수 있다면 기재부 입장에서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여지가 커진다. 물가상승률이 기대처럼 4% 안팎에서 움직이고, 추 부총리 말대로 3%대 진입이 앞당겨진다면 코로나19 규제철폐, 휴가지원, 구매지원 등 각종 소비진작책이 예상보다 빨리 발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한 간담회에서 "3월 이후 물가가 4.5%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6월 정도까지는 저희 전망이 맞겠지만 그 뒤로는 변수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