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소송에 '개포자이프레지던스' 400가구 입주중단GS건설 "24일까지 키불출 불가"…피해입주자 줄소송 우려교육시설 이전·보상문제 발목…방배5·갈현1 초품아 포기잠실주공5 신천초 리스크…학령인구 감소로 갈등심화 예상
  • ▲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지원센터에 입주중단 관련 공고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지원센터에 입주중단 관련 공고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전국 재건축·재개발사업이 '교육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유치원·초등학교 등 교육시설 이전이 협의되지 않거나 보상을 둘러싼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공사와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단지내 'ㄱ'유치원 소송건으로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400가구 입주가 돌연 중단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입주중단은 조합과 단지내 'ㄱ'유치원간 소송이 원인이 됐다. 'ㄱ'유치원은 재건축사업전 조합측에 보상금 200억원을 요구했지만 조합이 이를 거절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적분쟁을 지속해오던 'ㄱ'유치원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이달 24일까지 준공인가처분 효력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강남구청은 10일 오후 조합에 사전입주정지명령을 내렸고 시공사인 GS건설은 조합에 24일까지 키 불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법원은 17일 심리를 열고 24일까지 'ㄱ'유치원 관련 소송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로써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일반분양자 또는 세입자들이 단체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교육시설 이전·보상문제로 발목이 잡힌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행법상 일정규모이상 주택개발사업을 하려면 학교용지 조성계획을 수립해 교육지원청과 협의해야 한다. 문제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감소로 학교신설 필요성이 떨어지면서 '초품아'를 기대했던 조합과 이를 반대하는 교육당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는 교육지원청 반대로 초품아 조성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 사업은 29개동 3065가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원래 단지내 초등학교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관할 교육지원청이 반대의견을 내면서 학교용지를 공공시설물 등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중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근린주거구역 2개 단위에 1개교 비율로 배치할 수 있는데 방배5구역은 이미 주변에 이수초·방배초·방일초 등이 있어 학교신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초품아를 기대했던 조합원은 아쉽고 주변 주민들은 학생 분산배치로 인한 학급과밀화를 우려하는 등 '승자'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사업도 초등학교 부지이전을 둘러싼 '교육리스크'를 떠안고 있다.

    이사업은 1978년에 건립된 3930가구 규모 아파트를 최고 50층, 6815가구로 탈바꿈시키는 것으로 지난해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며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조합과 서울시는 사업구역내 위치한 신천초등학교를 이전하는 대신 초등학교 2개교와 중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기부채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단지안에 자리잡은 신천초 부지가 서울시가 아닌 교육부 소유 국유지인 점이 문제가 됐다. 국가재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학교부지 교환 및 신축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또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조합 선택지는 아예 신천초 부지를 매입해 사업을 진행하거나 신천초를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채 정비계획을 새로 짜야 하는데 어느쪽이든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갈현1구역은 교육당국의 '말 바꾸기'에 초품아 지위를 포기해야 했다. 원래 갈현1구역 조합은 초등학교 신설을 위한 학교부지 7752㎡를 확보했지만 이후 관할인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이 학교부지를 1만5315㎡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학교신설 기준이 개정돼 필요부지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합은 학교부지를 해제하고 대신 분양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여전히 적잖은 조합원들이 반대의사를 나타내 사업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는 유치원 폐교문제에 발목을 잡혀 공사가 지연된 사례다. 2018년 개정된 '유아교육법시행령'에 따르면 학기중에는 유치원을 폐원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조합은 재건축사업 속도를 낼 수 없었고 당초 2019년 7월로 예정됐던 이주시기는 3개월 늦어졌다가 다시 2020년 5월로 총 10개월간 미뤄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학령인구감소와 정비사업으로 인한 인구이동 등으로 인해 학군지가 재편되고 그에 따른 집값변동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합 요구대로 교육시설을 무조건 늘릴 수는 없어 교육인프라 확충과 조합과 교육청, 조합원간 갈등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