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카드사 수수료만 챙겨국내 서비스 다양화… 매력 떨어져장기적 관점 소비자 혜택 축소 우려도
  • "콧대 높은 애플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결국 애플은 앉아서 돈을 벌 수 있게 됐고 국내 카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줄어들까 걱정이다."

    국내 한 재계 관계자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플페이와 관련 언급한 부분이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지난 21일 국내에 상륙했다. 지난 2014년 미국에 첫 출시된 이후 9년 만이다. 당장 아이폰 유저들은 환영하고 있다. 아이폰으로도 카드 없이 결제가 가능해진 만큼 삼성페이를 사용해 온 갤럭시 유저를 더이상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애플페이 출시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물론 사용자 선택권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장의 기대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찜찜한 기분을 지우기 어렵다.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도입이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비용까지 지불하며 모셔오는 모양새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그간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애플이 요구하는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과 애플페이 수수료 문제 등이다.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선 가맹점에 NFC 단말기가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선 대부분 MST(마그네틱보안전송)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어 애플페이 도입이 어려웠다. 

    이에 국내 카드사는 카드 결제 단말기 위탁 관리업체인 대형 밴(VAN)사 6곳과 계약을 맺고 NFC단말기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페이의 인프라를 국내 기업이 직접 구축해주고 있는 꼴이다.

    이와 함께 삼성페이는 수수료가 없지만 애플은 카드사로부터 결제액의 최대 0.15%의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간편결제액은 약 132조 원으로 결제액의 10%만 애플페이로 이뤄진다고 해도 수수료가 198억 원 규모다. 단순계산으로 연간 400억원을 애플페이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재주는 국내 기업이 부리고 애플은 앉아서 수익만 거둬가는 셈이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 애플페이는 더이상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삼성페이가 지난 2015년 출시된 이후 무료서비스를 통해 키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발맞춰 IT 업계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크게 성장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46개에 달한다. 포털·핀테크사(29개), 금융사(15개), 스마트폰 제조사(2개)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미국(4개), 중국(3개), 일본(10개)과 크게 웃도는 숫자다. 실제로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페이 없이도 음식점과 커피숍 등에서 네이퍼페이 및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현장 결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애플페이의 무리한 도입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은 애플페이 수수료를 카드사가 직접 부담하도록 못박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애플페이를 마냥 두 팔 벌려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