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0.25% 금리 인상… 한미 금리차 1.5%p 역대 최대KDI "동조해 올릴 필요 없어"… 경기부진·외환시장 경색 가능성↓"美노동시장, 취업자↑·실업률↓… 한국, 60세이상 빼면 '마이너스'
  • ▲ 한미 기준금리 차이 '최대'.ⓒ연합뉴스
    ▲ 한미 기준금리 차이 '최대'.ⓒ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한번 '베이비스텝'(0.25%포인트(p) 금리 인상)을 밟았다. 한미 간 금리차는 역대 최대였던 1.50%p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양국의 엇갈린 고용시장을 고려할 때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고 밝혔다. 시장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애초 시장은 예상보다 둔화 속도가 느린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과열된 고용시장을 고려해 연준이 '빅스텝'(0.50%p 금리 인상)을 밟을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 등의 여파로 동결 가능성까지 언급됐던 금융불안 상황은 미 당국의 예금보호 및 유동성 공급 조치로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고,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 보폭을 줄여 베이비스텝을 밟을 거로 전망했었다.

    이날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는 지출과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준다.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고 견조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간 금리차는 1.50%p(상단기준)로 벌어졌다. 지난 2000년 10월(1.50%p) 이후 23년여 만에 역대 최대다.

    한미 간 금리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지고 강달러가 지속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물가를 고려할 때 당분간 긴축 기조 유지는 불가피하지만, 무조건 연준의 금리 인상을 뒤쫓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대내적인 경기 부진과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락 등을 고려할 때 미국에 동조해 금리를 (무조건) 올리는 것보다 국내 물가·경기 여건에 맞게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 실장은 "순대외자산 등을 감안하면 한미 금리차로 인한 외환시장 경색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KDI는 지난해 5월 내놓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도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으나 대규모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 ▲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리에 세워진 채용 안내문(왼쪽)과 채용공고 게시대에 몰려든 청년 구직자들(오른쪽).ⓒ연합뉴스
    ▲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리에 세워진 채용 안내문(왼쪽)과 채용공고 게시대에 몰려든 청년 구직자들(오른쪽).ⓒ연합뉴스
    현재 한미 양국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정점을 지나 오름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양국이 가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노동시장이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미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월 비농업 일자리 수는 31만1000개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22만5000개)를 크게 웃돌았다. 고용시장의 핵심 지표인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2월 미국 실업률은 3.6%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969년 이래 최저치였던 3.4%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큰 변화가 포착되진 않았다.

    되레 3월 5∼11일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는 19만2000건으로, 전주보다 2만 건 급감했다. 전문가 예상치(20만5000건)를 크게 밑돌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대기업들 위주로 정리해고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의 기업은 해고를 꺼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구직난보다는 구인난이 크기 때문이다. 잇단 정리해고 소식에도 실업급여 신청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은 그만큼 해고된 인력이 업계 다른 일자리로 빠르게 재흡수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동시장 과열은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 고용시장은 한파가 불고 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1만2000명 증가했다. 증가 폭은 지난해 5월(93만5000명)을 정점으로 9개월째 둔화했다. 증가 폭이 30만 명대로 내려온 것은 2021년 3월(31만4000명)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은 수출 부진과 경기 둔화 여파로 2만7000명 줄었다. 전달(-3만5000명) 15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선 뒤 2개월 연속 줄었다.

    특히 나이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41만3000명이 늘어난 반면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대는 7만7000명 줄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다. 20대 이하 청년층에서도 12만5000명 감소했다.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21년 2월(-14만2000명) 이후 최대다. 60세 이상을 제외하면 오히려 10만1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취업자 증가 폭 축소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체감되는 고용 둔화는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며 "이미 편성된 일자리 사업을 신속하게 집행해 고용여건 개선을 뒷받침하고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책 대응을 가속하겠다. 당장 시급한 산업현장의 빈 일자리 해소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