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7.0원 마감, 1480원 재진입 … 650억달러 스와프 연장에도 '수급'이 눌렀다한은 "유동성 탓만으론 무리" … 스와프만으론 못 막는 고환율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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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외환시장 안정 메시지를 쏟아낸 직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되레 반등했다.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0원 오른 147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고, 장중에는 1480.1원까지 치솟아 지난 4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1480원선을 다시 돌파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에 외국인이 증시에서 대규모로 이탈한 탓이다.전날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연간 650억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1년 연장하기로 하면서 변동성 완화 기대가 제기됐지만, 시장은 즉각적인 안정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달러 강세만으로 원화 약세를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도 부담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8.2선으로 소폭 하락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원화는 국내 자산시장 불안과 외국인 수급의 영향을 더 크게 받으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환율이 다시 1500원선을 ‘경계’로 두고 움직일 수 있다는 시장의 긴장감이 재점화하는 이유다.◇고환율을 끄는 힘은 ‘유동성’이 아니라 ‘수급’한국은행은 이날 환율과 집값을 ‘유동성 과잉’으로 단순화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최근 환율 상승에서 유동성보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수출기업의 외화 보유 성향 강화 등 외환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밝혔다.실제로 2025년 1~10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1171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폭 896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출기업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외화로 보유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한은은 실증분석 결과로 2025년 9~11월 원·달러 환율 상승 폭 +65원 가운데 약 3분의 2가 외환수급 등 국내 요인에 기인한다고 추정했다. ‘유동성 탓’으로만 몰아갈 경우 문제 해결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취지다.◇달러는 쌓이고, 정책은 ‘행동 변화’까지 닿지 못해현장 지표도 수급 압력을 뒷받침한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명의 달러 예금 잔액은 11월 말 537억4000만달러로, 전달 443억달러 대비 약 21% 급증했다. 원화 약세 기대 속에서 기업들이 달러 보유를 늘리며 달러 예금이 빠르게 불어난 흐름으로 해석됐다.당국이 스와프 연장 등 ‘완충장치’를 마련했음에도 환율이 재차 반등한 것은, 정책 발표가 시장 참가자의 실제 행동을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스와프가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를 ‘시장’에서 ‘한은’으로 옮겨 수급 충격을 줄이는 장치로 설명되더라도, 해외투자 확대나 기업의 달러 보유 선호가 꺾이지 않으면 환율 레벨은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이 구도는 집값 논쟁과도 맞물린다. 한은은 수도권 집값 상승 역시 유동성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고, 수도권-지방 양극화와 가계대출 둔화 흐름 속에서 공급부족 우려, ‘똘똘한 한 채’ 선호에 따른 특정 지역 수요 쏠림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강남3구 등 핵심지에서 현금구매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남은 변수는 대외 일정이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19일 일본은행 통화정책 결정 등을 앞두고 관망 심리가 커질수록, 환율은 정책 이벤트보다 수급의 작은 흔들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안정의 관건은 ‘대책의 숫자’가 아니라 ‘수급 흐름의 전환’"이라며 "해외투자와 외화 보유 행태가 어디로 기울지에 따라 원화의 다음 레벨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