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日 수입 1위 … 까다로운 시장서 달라진 K-뷰티 위상개발 속도·유통 재편이 관건 … 아모레퍼시픽의 일본 공략법쿠션 넘어 이너뷰티까지 … 차세대 성장축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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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도쿄 버라이어티숍에 입점한 이니스프리 ⓒ김보라 기자
지난해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수입 1위국에 올랐다. 3년 연속 1위다. 시세이도, 고세 등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가 포진한 일본 시장은 자국 브랜드 선호가 강하고 소비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런 시장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한때 업계에서 불모지로 여겨졌던 일본 화장품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 구조의 전환으로 읽힌다. K-컬처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데다 효능·성분·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본 소비자 성향과 K-뷰티의 제품 경쟁력이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두각을 보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을 만나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들어봤다.◇ K-뷰티 인기 비결은 … "개발 속도·유통 재편이 주효"
아모레퍼시픽 일본법인 관계자는 지난 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K-뷰티의 경쟁력은 결국 효능이 검증된 제품을 빠르게 완성하는 개발력과 젊은 감각에서 나오는 혁신성"이라며 "쿠션처럼 한국이 주도한 카테고리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제품을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 일본 소비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쿠션은 K-뷰티 혁신을 상징하는 대표 아이템으로 꼽힌다. 연구원이 주차 스탬프에서 착안해 발포우레탄 스펀지에 액체 제형을 담고 퍼프로 찍어 바르는 방식을 고안하면서 탄생한 쿠션은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며 K-뷰티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제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유통 전략의 전환도 성과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일본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며 "이에 맞춰 2022년부터 채널 전환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동시에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에뛰드·이니스프리 중심의 직영점 모델에서 벗어나 일본 유통 환경에 맞춘 다층적인 채널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 이니스프리, 라네즈, 헤라, 에스트라 등 주요 브랜드를 일본 시장에서 전개하고 있다. 버라이어티숍 로프트(LOFT), 뷰티 전문점 앳코스메(@cosme), 드럭스토어 마츠모토키요시 등 오프라인 유통망과 협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큐텐 등 온라인 플랫폼까지 아우르며 판매 채널을 다각화했다.
K-컬처 확산 역시 이러한 전략과 맞물렸다. 그는 "일본에서 K-컬처는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장르로 자리 잡았다"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과의 교류가 일상화되면서 K-뷰티에 대한 심리적 거리도 크게 좁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흐름 속에서 2022년 이후 한국이 일본 화장품 수입 1위 국가로 올라선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매출은 33% 성장했고 일본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라네즈는 일본 진출 3년 만에 베스트 코스메틱 누적 100관왕을 달성하며 존재감을 키웠고 헤라는 한큐 우메다와 미츠코시 긴자 입점을 통해 일본 백화점 뷰티 시장의 높은 허들을 넘었다.
에스트라는 더마 기반 브랜드로서 신뢰를 빠르게 쌓으며 앳코스메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예상보다 빠른 안착을 보이고 있다. 최근 도쿄 신주쿠 아인즈앤토르페 매장에서 진행한 대규모 팝업스토어에서는 대표 제품인 아토베리어 크림 홀리데이 기획 세트가 전월 대비 약 5배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
- ▲ 일본 도쿄 버라이어티숍에 입점한 에스트라 ⓒ김보라 기자
◇ 커지는 '이너뷰티' 시장 … 차세대 성장축으로아모레퍼시픽은 향후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이너뷰티를 꼽았다. 최근 일본 이너뷰티 시장은 건강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후지경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보건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1조1541억엔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역력 강화와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성장의 계기가 됐다. 여기에 K-뷰티 열풍이 먹는 K-뷰티로 확장되며 한국산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닛케이 트렌디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출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향후에는 먹는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식품 영역으로의 확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모레퍼시픽 일본법인 관계자는 "일본은 과거 헤어·메이크업·스킨케어 중심 시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너뷰티가 빠르게 성장하는 단계"라며 "특히 건강과 미용을 함께 관리하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도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그는 "바이탈뷰티의 메타그린 슬림업은 큐텐 메가세일 기간 식품·건강식품 카테고리에서 누적 매출 1위를 3회 연속 기록했고 지난해 11월 메가세일에서는 먹는 레티놀 제품인 슈퍼레티놀도 1위를 차지했다"며 "지난해 네 차례 메가세일에서 바이탈뷰티 제품이 모두 1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일본 이너뷰티 시장의 특징으로는 콜라겐 중심 소비 구조가 꼽힌다. 그는 "일본에서는 콜라겐이 이너뷰티의 대표 카테고리로 인식돼 있다"며 "바이탈뷰티 역시 다양한 콜라겐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본격 진출 시 일본 로컬 브랜드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너뷰티는 일본 시장에서 아직 성장 여지가 큰 영역"이라며 "K-뷰티의 기능·효능 중심 경쟁력을 이너뷰티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너뷰티를 둘러싼 이러한 성과는 일본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일본은 앞으로도 미국·중국과 함께 회사 성장을 이끄는 핵심 시장이 될 것"이라며 "현지 사회와 공생하며 신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K-뷰티의 다음 단계를 일본에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