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등 미반영에도 위기등급"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 부문 지표는 개선""분기별 금융취약성지수(FVI) 함께 살펴봐야"
  •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금융불안지수(FSI)가 5개월째 '위기등급'을 가리키며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

    이 달 발생한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등 해외 은행발 불안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한은 금융안전국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불안지수(FSI)는 21.8로 전달(22.7)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위기단계' 임계치인 22에 육박했다. 지수가 8 아래에 머물면 안정상태, 그 위로 올라서면 주의단계, 22까지 오르면 위기단계로 한은은 분류한다.

    최근 3년 동안의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했던 2020년 4월 최고점(24.6)을 찍었지만 이후 금리 인하 등의 조치로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2021년 6월에는 이례적으로 '0'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금융불안지수는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였고, 지난해 10월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위기단계 임계치(22)를 훌쩍 넘어버렸다.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 따라 금융시장은 다시 안정을 찾았지만 지수는 5개월 연속 여전히 '위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2월의 경우 큰 금융위기 요인이 없었고, 3월 발생한 해외 은행발 불안 요소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불안지수가 크게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보기좋게 엇나갔다.

    이에 대해 임호성 한은 시스템리스크팀장은 "금융불안지수의 20개 지표가 금융 부문 외에도 은행, 실물, 대외, 가계, 기업 등 총 6개 부문의 관련 지표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채권, 외환 등 금융 부문 지표는 전월에 비해 개선됐지만 가계와 기업의 신용 리스크가 커지고 무역수지 적자 등 대외 지표도 악화돼 전체적으로는 불안지수 하락 요인이 크지 않았다는 것.

    임 팀장은 "월별 자료인 금융불안지수와 함께 분기 자료인 금융취약성지수(FVI)도 반드시 함께 살펴보는 것이 금융안정 상황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기에 금융불안지수는 긴축 흐름에 따라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금융취약성지수는 오히려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리가 인상되면 금융시스템에 잠재된 취약성이 개선되고 기초 체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FVI는 하락하는 흐름을 보인다"며 "FSI가 단기적이고 표면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FVI는 중기적이고 잠재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후 상황을 고려했을 때 3월에도 금융불안지수는 '위기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SVB, CS 등 해외은행발 불안 사태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데다 부동산 PF 관련 신용 리스크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부동산 PF 사업과 자본시장간 연계성이 높아졌음을 감안할 때 부동산경기 위축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계기관과 협력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임을 강조했다.

    전날 개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에서는 건설업종 기업의 재무위험, 비은행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리스크, 가계 DSR 등 부동산 관련 위기 요인들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