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 경제협력 기대↑… 한일 경제계, 협력·교류의 장 '봇물'산업장관, 日외투기업 투자간담회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투자" 주문日, 초등 검정교과서 '역사왜곡' 논란… 재계 "역사-경제문제 따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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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2년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경제계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일본 검정교과서의 역사 왜곡 문제가 불거지며 한·일 경제협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국 경제계는 30일 한국무역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제23회 한·일 신산업 무역회의'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 중 4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교류의 장을 5차례 마련할 계획이다.

    오는 5월 16~17일에는 200개 사가 참여하는 제55회 한·일 경제인회의가 예정됐다. 5월 말에는 제12회 한·일 상의회장단 회의가 계획돼 있다. 6월에는 제1회 한·일 비즈니스 전략대화, 7월 초에는 2023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다. 대부분 양국의 협력강화와 제3국 시장 공동진출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주일 만에 일본의 불화수소 등 3개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해제되면서 기업들의 협력 기대치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수요급감과 가격하락으로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는 일본과의 협력이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일본과의 협력이 우리 반도체 기업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기도 용인에 조성하게 될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유치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야당에서 우리 기업보다 일본 기업을 우선시하느냐며 꼬투리를 잡기도 했으나 이 장관은 이날 열린 일본계 외국인투자기업 투자 활성화 간담회에서 "일본계 외투기업의 적극적인 국내 투자 확대를 기대한다"며 용인 클러스터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이 장관은 "소재·부품·장비 외투기업이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한다면 지리적 근접성을 활용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요기업과 연계함으로써 기술 향상과 생산공정 개선이 원활해질 것"이라며 "이는 우리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돌려말하면 우리 기업 입장에선 일본 소부장 기업의 첨단기술이 아쉽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최근 글로벌 이슈 대응을 위한 한·일 협력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협력, 수소 관련 기술 협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한·일 경제협력의 핵심은 파이를 나눠먹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 공급망과 기술협력으로 제3국에 공동진출하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러브콜'을 보내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이 역사 왜곡 문제로 우리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꾸 건드린다는 데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굴욕외교'라는 야당의 반발에 국무회의에서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20여 분이나 열변을 토했다.

    양국의 경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문제가 터졌다.

    내년부터 쓰일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독도에 대해 '일본 교유의 영토'라거나 '한국이 불법 점거'를 했다는 표현이 강화됐고,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징병'을 삭제해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참여한 것으로 표현하며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경제협력 모드를 강조하던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 된 셈이다. 일본이 계속해서 우리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한다면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며 경제교류에 대한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덩달아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이 가능하게 바뀌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것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일본 교과서 문제는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경제협력과는 별개다. 경제협력은 한·일 경제와 기업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