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부품 재활용, 4년간 협업 결과 전시지속가능성·친환경 가치, 관람객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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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명을 다한 차들은 폐차장에서 최후를 맞이하며, 가치 있는 부품을 떼어내고 나면 압축기를 통해 사정없이 찌그러진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는 룸미러와 도어 손잡이, 와이퍼와 휠캡 그리고 엠블럼까지 버려질 위기에 놓였던 부품들이 패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현대자동차가 성수동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 ‘Re:Style(이하 리스타일)’을 찾았다.

    예약해둔 오전 11시에 맞춰 찾아간 전시공간 앞에는 이미 10여명의 관람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회 안내를 도운 도슨트는 “1시간 단위로 10~15명을 받고 있고, 입소문이 나서 일 평균 300여명의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며 “20~30대 관람객들이 대부분으로, 현장 워크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리스타일은 2019년부터 매년 콜렉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해를 제외한 올해로 4번째 디자이너와의 협업 작품을 소개했다. 특히 제레미 스캇 작가와 협업 작품을 공개함과 동시에 그동안의 작품을 아카이브 형태로 구성해 선보이는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거대한 미디어월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다에 빠진 폐플라스틱병이 섬유 소재로 전환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번 전시 의의가 폐자원의 업사이클링을 통한 탄소배출 저감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영감을 주는 것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어두운 공간을 지나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거대한 조형물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 기괴한 형상이지만 곧장 사이드 미러와 와이퍼, 시트 가죽 등 익숙한 디자인의 구성 요소가 보인다. 작품을 만든 오화진 작가는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것에 의미와 에너지를 부여한 ‘생명’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2019년부터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2019년에 남은 시트 가죽과 친환경적인 원단을 활용해 만든 의상 15벌 중 6벌이 전시됐다. 드레스 형태의 의상은 허리에 안전벨트를 활용한 벨트를 해놓는 등 포인트를 줬다.

    전시회 엠베서더 로렌 바서의 실착 영상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로렌 바서는 두 다리를 잃은 한계를 극복하고, 황금 의족으로 유명한 모델이다. 도슨트는 “2벌의 작품은 미국 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라며 “헤드라이트로 제작한 마네킹의 머리는 환경친화적인 올바른 사고방식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2020년 콜렉션은 시트 가죽 외에 다양한 소재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종류도 드레스뿐만 아니라 악세서리와 가방 등 제품군도 늘어났다. 의상을 전시한 벽면은 차량 부품을 부착해 입체감을 주면서 활용한 소재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알게 했다.

    2021년 작품 콘셉트는 당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원마일웨어’를 모티브로 했다. 유명 배우들이 엠베서더로 나서 착용하면서 한정판으로 판매도 이뤄졌다. 도슨트는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의 도어 부분 등에 사용한 소재가 의상에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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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협업한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의 작품 주제는 ‘오뜨꾸뛰르’로, 맞춤형 고급 의상을 의미한다. 전선과 휠캡, 엠블럼과 사이드미러 유리까지 익숙한 디자인이지만 패션 작품으로 재구성한 모습을 봤을 때의 충격은 적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차량의 구성품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아이오닉 6의 친환경 소재 원단을 비롯한 부품이 사용됐다. 재료의 원형을 최대한 살렸지만, 도어 손잡이 등은 봤을 때 바로 손잡이라는 점을 눈치채기 어려워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원단에 스티치 등 기존 차량에서의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디테일하게 현대차 로고를 박아넣는 등 현대차로부터 받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영감과 인상을 반영했다.

    제레미 스캇은 “현대차로부터 리스타일 협업에 대한 제안을 받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취지에 공감했다”며 “폐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기발한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시장소를 모두 관람하고 밖으로 나오면 미니정원과 관람 후기를 적은 벽면이 눈에 들어온다. 도슨트는 미니정원에 심은 작물들을 전시가 끝난 후 농가에 기부해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지하공간에는 2019년부터 제작한 작품들에 대한 브랜드북과 함께 양면에 거울을 부착한 포토존을 구성했다. 또 하나의 포토존에는 트랜스포머에서 봤을 법한 형체의 로봇을 전시해놨다. 도슨트는 ”폐차장에서 수급한 재료로 만든 로봇“이라며 ”아반떼 엔진으로 몸통 부분을 구성했다. 다리는 댐퍼로, 발은 사이드미러를 뒤집어서 부착했다“고 부연했다.

    현대차가 이번 전시회를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를 타겟으로 한 만큼 관람객들의 연령대는 대체로 낮은 편이었다. 전시회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취지에도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20대 중반 남성 A씨는 ”기존에 차에 관심이 많았는데 SNS를 통해 전시회를 알게 돼 관람했다. 차 부품들이 재해석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B씨도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성이 업사이클한 작품들을 통해 와닿았다“며 ”대기업에서 환경에 대한 부분을 신경쓴다는 점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지성원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전무)은 “전동화 혁신 비전과 문화 콘텐츠를 접목하는 등 다방면의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며 “리스타일 전시를 통해 브랜드의 지속가능성과 혁신성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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