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프 가동에 국민연금 변수 부각 … 환율 관리 국면 본격화단기 개입 넘어 구조 변수 거론 … 환율 정책 전면에 오른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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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에 근접하며 외환시장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실제 가동하는 동시에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방식과 환율 파급효과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정책 메시지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환율이 단순한 단기 수급 변수를 넘어 정책 당국의 관리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479.8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482원대까지 오르며 지난 4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달러 강세가 겹치며 환율 상방 압력이 재차 확대됐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000억원을 순매도했다.한은은 이런 흐름 속에서 국민연금과 체결한 외환스와프를 실제로 가동했다. 한은과 국민연금은 최근 연간 650억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1년 연장했으며, 환율 급등 국면에서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에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가동 시점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환율이 1480원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정책 카드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쏠렸다.◇스와프 가동에 총재 발언 수위 상향 … 환율 관리 국면 진입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수위도 이전보다 분명해졌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현재 환율 수준에 대해 “전통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위기라고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어서 국가 부도 위험이나 금융시스템 붕괴 국면은 아니라면서도, 환율이 물가와 소득 분배, 성장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특히 이날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와 환헤지 전략을 환율 변수로 직접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환헤지 개시와 중단, 해외투자 전략을 지나치게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시장에 일방적인 환율 기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외환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아울러 국민연금이 대규모 해외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대미 투자 확대 등 자금 흐름이 국내 외환시장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국민연금까지 같은 방향으로 대규모 자금을 집행할 경우, 환율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환율은 구조적 신호” … 단기 처방으론 방향 전환 한계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수준을 단기 수급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을 반영하는 구조적 지표로 보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애널리스트는 “환율은 수급의 영향을 받지만, 한 나라의 경제 기초체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라며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전망과 자산 매력도가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 기업 부재와 성장 동력 약화, 장기 자산 전망에 대한 평가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외환스와프 가동 효과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애널리스트는 “외환스와프가 실제로 작동할 경우 원·달러 환율을 20원에서 30원 정도 낮출 여지는 있다”면서도 “환율 상승의 큰 흐름 자체를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설 경우 정책 대응 여력에 대해서도 신중한 평가가 뒤따른다. 박 애널리스트는 “자본 통제나 세금 부과와 같은 수단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주로 신흥국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현재 한국이 선택하기에는 대외 신뢰와 투자자 신호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환율 안정 조치는 장기 처방이라기보다 급등 국면에서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단기 대응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