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통위물가 진정세"'SVB 사태'로 금리 인상 명분 사라져"
  • 한국은행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재촉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완화된 데다 국내 물가 상승세가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수출 부진 속 국내 경기가 악화된 점도 적잖은 짐이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금리가 5.0%에 달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50%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 물가 상승세 진정 국면… "근원물가 지켜봐야"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요인으로 지목된 '물가'는 상당 부분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향후 1년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담은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4% 이하로 내려앉았고 4일 발표될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두달 연속 하락해 4%대 중반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이 높다.

    3월 공공요금 인상이 없었던 데다 물가 흐름이 안정적이 었던 만큼 4월부터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3%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3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4.5%이하로 내려가 연말에는 3% 초반으로 안정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뺀 근원물가는 올 2월 기준 4.8%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그 이상 둔화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기영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서 "3월이 되면 물가 상승률이 떨어질 것이라 하는데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지 트렌드바 바뀌는 정보는 아니고 물가가 빨리 떨어지는 것은 좋지만 근원 물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땐 겨우 진정 국면에 들어선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데다 가뜩이나 오른 금융권의 연체율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한은, 'SVB 사태'로 금리 인상 명분 사라져"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한풀 꺾인 점도 한은의 동결론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스위스 크레디스스위스(CS)의 잇따른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된 상황서 '금융 안정'이 우선이란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또 현재 우리 경제 지표는 침체 시그널을 잇따라 보내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작년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 1분기까지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또 반도체 업황 부진 속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내는 등 각 기관에선 올해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전망에선 1.7%로 내다봤으나 올들어 1.6%로 수정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미 정책금리는 4.75~5.0%로 올랐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가 3.5%인 점을 감안하면 양국 간 금리 차는 1.5%p에 달한다. 22년 만에 사상 최대 규모다. 

    만일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달 연준이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땐 한미 금리차는 1.75%p로 벌어진다. 

    미 통화긴축 장기화에 따라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의 투자자금 등 자본유출이 우려된다. 또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수입물가 상승 등 국내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2월 금통위 당시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미 연준의 긴축 재가속화 가능성 때문이었는데 SVB 파산 사태 등으로 연준의 재가속화 옵션은 제거됐고 한은의 추가 인상의 명분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2분기 물가 상승률 안정화 속도가 빨라져 4월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