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17년이후 5년연속 증가했지만…영업익 10여년만 최저매출원가 26.4% 급증 원자재쇼크 직격탄…미분양물량도 산적 신규분양 줄이고 신사업 속도…전기차 충전시장 5위진입 목표
  •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현대엔지니어링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현대엔지니어링
    지난해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친환경신사업 드라이브를 통해 수익성제고에 나선다. 업계 최고수준 재무안정성을 갖춘 만큼 저하된 현금창출력 회복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일 사업보고서 분석결과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 8조8124억원, 영업이익 1164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7조3551억원에 비해 19.8% 늘어나면서 2017년이후 5년연속 증가했다. 이는 2010년대 들어 최대치다.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3646억원에 비해 68.0% 급락하면서 201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4.95%에서 3.63%p 낮아지면서 2010년대 들어 가장 낮은 1.32%를 나타냈으며 순이익도 전년 2480억원에 비해 58.3% 감소한 1033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2010년대 최저치다.

    저조한 실적은 업계에 불어닥친 원자재쇼크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출원가는 모두 8조3352억원으로 전년 6조5912억원에 비해 26.4% 늘어났다. 원가율도 89.6%에서 94.5%로 5%p 가까이 급증했다.

    여기에 적체된 미분양물량도 수익성 저해요인으로 작용했다. 신규분양 물량이 소화되지 않으면 직간접적인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1월말 기준 46가구가 미분양된 경기 의정부시 '힐스테이트 탑석'을 비롯해 △대구 중구 '힐스테이트 동인' △대구 북구 '힐스테이트 칠성 더오페라' △울산 남구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서울 강남구 '루카 831(오)' △경기 의왕시 '힐스테이트 인덕원(민간임대)' △서울 서초구 '인시그니아 반포(오)' 등에서도 잔여물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또 2021년 건축부문 주요사업 준공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최대현안은 '수익성제고'가 될 전망이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건설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 분양목표를 지난해 절반이하 수준으로 낮춰잡았다. 지난해 2만3148가구 공급을 계획했지만 올해는 1만584가구를 신규분양할 계획이다.

    동시에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초소형모듈원전(MMR), 청정수소생산, 폐플라스틱 자원화 기술개발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2년부터 MMR사업에 주목하고 10여년간 소형모듈원전 전문기업인 미국 USNC사와 기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USNC와 '캐나다 초크리버 MMR 실증사업'을 하고 있다. 본사업은 2026년 준공 및 상업운전이 목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원전분야에서 MMR에 더해 지난해 USNC와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고출력 다목적 모듈원전(Multi-purpose Modular Reactor, MMR++)'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MMR++는 기존 MMR보다 출력과 열에너지를 향상해 전력생산 및 고온수전해 방식을 활용한 수소생산 확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더불어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열분해 및 가스화 공정을 통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정에서 발생한 CO₂는 CO₂포집 및 자원화기술인 메탈-CO₂시스템을 통해 수소, 탄산염 등으로 재활용된다. 연간 10만t 규모 폐플라스틱 원료를 처리해 고순도 청정수소 제품을 연간 2만2000t 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고순도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테스트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수소생산플랜트 건설을 시작해 2025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암모니아 분해 수소생산시스템 사업화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암모니아기반 수소생산 기술을 보유한 AAR사와 투자협약을 맺었다. 암모니아를 자발적 전기화학 반응으로 분해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고순도(99.99%)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실증을 거쳐 상용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사업에도 진출했다. 2020년 전기자동차 충전 사업자등록을 완료하고 사업 본격화를 위한 파일럿테스트와 조직정비 등 사전준비를 통한 검증을 거쳤다. 또 지난해에는 자산관리사업부내 EVC(Electric Vehicle Charging service)팀을 신설하는 등 사업 전담조직도 구성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충전 인프라구축 사업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충전시설 구축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부기관이나 공장·업무·상업·주거시설, 주차장 등 생활시설 전반을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공급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사업시장에서 상위 5위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도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만큼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신사업 진출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수익성 제고를 통해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신용등급(AA-)으로 대변되는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다.

    꾸준한 현금창출로 2011년이후 자본총액이 2010년대 최대치인 3조7401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차입금은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은 2020년 188억원에서 2021년 15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아예 없다. 회사채도 2020년 999억원을 보유했다가 2021년에 모두 상환했다. 장기차입금은 2016년 501억원이 마지막이다.

    부채규모는 전년 2조4933억원에 비해 23.5% 늘어난 3조806억원을 기록했지만 자본확충(전년대비 +1.35%)으로 부채비율(82.3%)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차입금이 줄어들면서 이자비용(15억원, -59.2%)도 감소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도 전년 8090억원에 비해 60.0% 늘어난 1조294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고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작다"며 "풍부한 현금성자산으로 최고수준 재무건전성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