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상 '24시간 이상 체류 시 내원환자 5% 유지' 과밀화 억제 대책 '페널티', 환자·병원 모두에 부작용으로중증응급의료센터 40→60곳 확대? 전달체계 정립이 우선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정부는 초응급 환자를 먼저 받기 위해 응급실에서 24시간 이상 체류 환자는 5%만 남겨야 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응급환자의 입·퇴원시간을 보고받고 있지만 '과밀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달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학생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이 대표적 예다. 이 학생은 권역외상센터를 포함해 7개 병원을 돌았지만 모두 병상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사망했다. 

    7일 의료계와 환자단체 소속 다수의 관계자들은 본보를 통해 "응급실을 돌다 사망하는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소위 '과밀화 억제' 대책이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응급의료법 제33조의2 및 동법 시행규칙 제20조의2에 의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장은 24시간을 초과해 응급실에 체류하는 환자의 비율을 연 100분의 5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페널티가 부여된다. 

    이러한 규제요인이 시행되는데도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중증 암 환자들이 24시간 이내 일반병실로 이동하지 않으면 쫓겨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응급환자 도착 후 입·퇴원 시간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처리시간이 길면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구조라 응급의료센터의 대응이 방어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암환자권익협회의는 보건복지부에 응급실 체류제한의 실효성 부재를 지적하며 행정조치 개선방안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아니하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응급환자에게 신속한 응급의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응급실 환자 체류시간 감소를 통해 과밀화를 방지하고 있다"며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이와 관련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정부가 응급실 과밀화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해당 답변은 대구 뺑뺑이 사망사건 이후에 말한 것"이라며 "응급치료체계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는데도 구체적 대안이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중증응급의료센터 늘리기? 전달체계 확립이 선결과제

    최근 정부와 국회는 사후약방문 형태로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대책으로 중증응급의료센터(현 권역응급의료센터)를 40곳에서 60곳으로 신속히 늘려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의 핵심이기도 하다. 

    문제는 '24시간 이상 5% 체류 제한'과 같은 과밀화 대책이 실효성이 없는 것처럼 단순히 응급체계의 최전방 라인의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야간·심야·주말에 발생하는 경증 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가지 않아도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즉, 현 상황에선 응급의료 전달체계 정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날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의사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 속 중증응급의료센터 수를 늘리는 것은 과밀화를 부추기는 행위로 귀결될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때"이라며 "지역에서부터 3차 기관까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