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KB지주 사외이사와 면담지배구조 이슈·리스크 등 현안 논의11월 임기만료 앞둔 윤 회장 거취 촉각이복현 "CEO 선임, 체계적인 경영승계 프로그램 필요"
  • ▲ 윤종규 KB금융 회장ⓒKB금융
    ▲ 윤종규 KB금융 회장ⓒKB금융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공언한 금융감독원이 지주 이사회와의 면담을 시작한다. 첫 대상은 KB금융지주로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감원의 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7일 KB금융 사외이사들과 면담 일정을 잡았다. 각 금융지주와 연 1회 이상 갖겠다고 밝힌 정례 간담회 첫 일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면담에서 지배구조와 관련한 감독·검사 방향을 설명할 계획이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은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문한 핵심 과제다. 윤 대통령은 "은행 등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이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거기서 만들어진 지배구조로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하면 기업과 사회의 비용 및 수익을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주인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특정 인사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이른바 셀프연임을 반복하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지배구조법의 형식적 준수에 치중한 나머지 글로벌 기준에 비춰 미흡하다는 게 금감원의 인식이다.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지난 4일 기자 설명회에서 "대내외 경제환경 불안으로 은행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견실한 은행시스템을 위해서는 지배구조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오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회장 후임 인선이 최대 이슈다. 윤 회장은 2014년부터 3연임에 성공하며 9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다. 실적 개선과 조직 안정,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을 이끌어내며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4연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금감원과 KB금융 사외이사들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후임 인선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통상 회장 임기 만료 두 달 전 가동되는 회장추천위원회 일정으로는 면밀한 후보 검증이 어렵다는 게 금감원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최근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이사회 내 상설기구인 지배구조위원회가 잠재적 CEO 후보군인 그룹 경영위원회(EC) 멤버의 승계관리 및 선임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시티그룹의 경우 4~5년 전부터 최고경영자 상시후보군을 육성하고 선출 1~2년 전 숏리스트를 꾸리는 장기 육성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초 DGB금융지주에서 열린 지배구조 선진화 포럼에서 "유능하고 적격성을 갖춘 인재가 CEO로 선임될 수 있는 체계적인고 실질적인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 절차도 함께 추진된다.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거나 임추위에 CEO 본인을 추천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명시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은 선진 금융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라며 "국회 논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동참해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