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주 한전·가스公 추가 자구책 발표 후 인상폭 결정적자해소엔 턱없이 부족… 여름철 이후 쓸 카드 없는 것도 문제"정부, 국민에 가격인상 신호 안 줘… 더 큰 혼란 가져올 것"
  • ▲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뉴데일리
    ▲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뉴데일리
    정부가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을 한 자릿수 수준에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미수금 해소에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냉방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는 더 이상 국민 여론을 잠재울 카드가 없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최종적으로 당에서 판단할 부분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늦어도 이달에는 일단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에너지공기업의 추가 자구대책 발표에 이어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애초 지난달 3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에너지공기업의 추가적인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여당의 요구에 따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자구책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자산매각, 사업효율화 등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총 20조 원의 재정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이 추가 대책을 요구하자 한전과 가스공사는 오는 2026년까지 각각 14조 원씩 총 28조 원을 추가로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행계획에 대해선 산업부와 논의·검토한 뒤 여당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한전은 임직원의 성과급 반납을 검토 중이다. 한전은 지난해 임원 7명이 임금인상분과 성과급 전액을, 1직급 이상 고위직 301명도 성과급의 50%를 반납한 바 있다. 올해는 이를 확대해 2직급(부장급), 3직급(차장급) 등 4800명 규모 직원의 성과급 반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전으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자구책이다. 사실 고위 임원들의 성과급 반납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자연스럽게 여겨지지만, 실무급 직원들의 성과급까지 반납하는 것은 이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가스공사도 부장급 이상의 임직원에 대해 성과급을 반납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직원들의 사기저하 등 조직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실무직원들의 성과급 반납을 검토하는 것은 여당의 '뼈를 깎는 노력' 주문이 그 이유다. 국민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노력을 해야만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타당성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여당의 논리다.

    여당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도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회담과 전기·가스요금 인상 예고 등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0% 중반까지 내려 앉았다. 국민의힘도 설익은 저출산대책 등으로 젊은층의 반발을 샀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여당에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소나기이다. 하지만 한전과 가스공사의 쌓여가는 적자와 미수금을 더 이상 외면하기도 어렵다. 이에 여당은 현재 한 자릿수 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5원, 가스요금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인상 폭을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오는 2026년까지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kWh당 51.6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 1분기에는 13.1원 인상했다.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만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가스요금도 마찬가지다. 가스요금은 난방수요가 많은 지난 1분기 동결한 영향으로 2분기 요금인상 압박이 거세다. 가스공사는 2026년까지 경영정상화를 위해 올해 메가줄(MJ)당 10.4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올 상반기에만 5.2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또 있다. 여론반발을 의식해 2분기에 전기·가스요금을 소폭 인상한 채 뒤로 미루면 여름철엔 몰리는 냉방수요에 인상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전기요금을 kWh당 19.3원 인상했다. 올 1분기 인상분 13.1원까지 더하면 국민들은 kWh당 32.4원의 인상된 요금으로 여름을 맞이하게 된다. 2분기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아도 국민은 이미 '헉'소리 나는 전기요금을 여름철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올 여름 국민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소폭 인상했을 경우 3분기 요금 결정 시기에는 여론 반발에 정부·여당이 쓸 카드가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에게 요금인상 신호를 계속줘야 한다고 말한다.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홍보해야만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고 한전 등의 적자해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전쟁, 앞으로 3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전 세계는 에너지 위기인데 우리는 국민에게 아무런 (가격인상) 신호를 주지 않고 있다"며 "일반 가구는 7월께 전월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게 될 것이다. 정부가 지금 요금 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 국가적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