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KDDX 개념설계 탈취 여부 공방 재점화대우조선, 경쟁사 이의 제기로 정상화 지연 주장양측 갈등, 대형 함정 수주전까지 장기화 예상
  • ▲ 거제 옥포 조선소. ⓒ대우조선해양
    ▲ 거제 옥포 조선소. ⓒ대우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문제에 이어 구축함 사업을 놓고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전날 HD현대중공업이 진행 중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사업자 선정 과정과 사업 진행에 관한 국민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 양사 신경전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해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은닉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덕분에 HD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반박 자료를 내고 대응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이 자신들의 개념설계 자료를 활용했다며 2020년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같은 해 말 방위사업청에도 이의를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된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현 시점에서 국민감사를 청구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에 대한 항의 표시로 해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결과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HD현대중공업 등 경쟁사들이 이의제기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내왔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시 방위사업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12월 29일을 시작으로 2023년 2월 6일, 3월 10일, 3월 24일 등 네 차례에 걸쳐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주요 부품공급사인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방산분야 독과점이 된며 대우조선해양의 가격경쟁력 우위, 기술차별 제공 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잠수함과 함정을 만들 수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곳뿐이다.

    오는 26일 공정위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할 예정이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양사의 신경전은 당장 초대형 함정 발주를 놓고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방사청은 오는 5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을 발주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1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KSS-III Batch-II) 3번함 건조사업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발주가 예정돼 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18일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 ‘군함 시장 내 차별 금지’를 조건으로 승인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한화 측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한화가 대우조선·HD현대중공업·HJ중공업 등 군함 제조사에 레이더 등 부품을 공급할 때 가격이나 기술 정보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