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잔고 20조원 돌파…코스닥 순매수대금 절반이 빚투한투증권, 21일부터 예탁증권담보 대출 일시 중단과열 징후 곳곳 포착…증시 하락 시 후폭풍 우려도 커져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를 넘어설 정도다. 변동성이 높은 코스닥에 빚투가 몰려 있어 증시 하락 시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1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가 9조743억원, 코스닥이 10조3935억원을 기록해 코스닥 시장 빚투 규모가 유가증권시장을 앞질렀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코스닥 대비 5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빚투 규모가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월초 이후 코스피 신용융자 잔액은 3.42% 증가했지만 코스닥은 33.99% 급증했다.

    이 기간 코스닥 개인 순매수액은 5조8817억원으로, 같은 기간 신용융자 잔고 증가액이 2조6366억원임을 감안할 때 동학개미 순매수액의 절반 이상이 빚투로 확인된다.

    빚투 규모는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신용융자 신규 매수 주문과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에 대한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 20일 공지했다.

    이는 신용공여 소진에 따른 조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투사는 신용공여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은 일반적으로 자기자본의 60∼80% 정도를 개인 신용공여에 할당하고 한도가 임박하면 증권담보대출과 신용담보대출 순으로 신규 대출을 막는다.

    지난 2021년에도 빚투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은 자금 소진을 이유로 잇따라 신용공여 중단에 나선 바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의 빚투가 급증하는 건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회복된 영향이 크다.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이 예상치 못한 랠리를 이어가자 개인투자자들도 뒤늦게 상승세에 올라타면서 적극적으로 신용 매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수 하락 시 반대매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불리는 대차거래 잔고금액도 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이달 들어 코스닥 대차잔고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초 13조원대에 머물던 잔고는 20조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 빚투 증가세가 과거와 비교해 과도하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스닥의 개인 순매수액은 각각 16조3000억원·10조9000억원이었지만 신용융자 증가액은 4조4000억원·1조4000억원 정도에 불과했고, 고객 예탁금 증가가 동반된 순수 현금 매수가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 증가액이 개인 순매수 대금의 50%를 넘어섰다는 점은 코스닥 시장의 강세가 단기적 레버리지 베팅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꽤 클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