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줄자 6개월째 상환이달도 -3조500억 경기침체 대응… 보수적 행보단기물인 CD 발행은 2배로 늘려
  • ▲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걸린 금리현황판. 은행들도 빚갚기에 동참하면서 4%대 정기예금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연합뉴스
    ▲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걸린 금리현황판. 은행들도 빚갚기에 동참하면서 4%대 정기예금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연합뉴스
    고금리에 가계대출이 7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은행들도 빚 감축에 나섰다. 6개월 간 순상환한 은행채는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은행채 잔액은 362조362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3조500억원 줄었다. 이달 은행채 발행액은 9조6600억원으로 상환액은 12조71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은행들이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갚은 뒤 재발행하지 않은 것이다.

    은행채 잔액은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12월 2조5800억원, 올해 1월 4조7000억원, 2월 4조5100억원 감소하다가 지난달에 7조4100억원 급감했다. 6개월 간 줄어든 잔액은 26조9100억원에 이른다.

    만기가 돌아온 저금리 채권을 고금리로 재발행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은행채 금리는 신용대출의 근간이 되는 1년물 기준 3.54%로 지난해 연초 1.72% 대비 2배 가량 올랐다. 같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이자비용이 배로 든다는 얘기다.

    대출수요가 꾸준히 줄어든 영향도 컸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5조원 감소해 7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특례보금자리론 흥행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은 1조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기타대출이 6조원 줄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통틀어 8조8000억원 감소했는데 올해는 3월말까지 28조7000억원 줄어들면서 감소세세가 더해지는 추세다.

    올해 그리고 내년 초까지 은행이 갚아야 하는 채권 규모는 7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반면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에 보고한 은행채 발행 계획은 50조원에 그친다. 20조원 가량의 '빚 다이어트'에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고 당국의 유동성 규제도 강화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의 당분간 보수적인 자금운용 전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채권발행을 통한 장기 자금조달 보다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으로 단기 유동성을 수혈하는 방식으로 버티는 모습이다. 최근 3개월 간 은행 CD 발행 규모는 10조5197억원으로 만기도래 금액인 5조8100억원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서 시중 자금을 끌어들였지만, 이제는 예금금리도 인하하고 있다"며 "반면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등 1년 미만 단기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