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증권發 대량매도에 8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증권가 이례적 사태에 당혹감 원인파악 난항신용잔고비율 과도…주가 하락 경계감 커져
  • 최근 신고가를 써가던 종목들이 외국계 증권사 SG증권 창구에서 쏟아진 대규모 매도물량으로 이례적으로 대거 하한가를 맞자 증권업계도 당혹스런 표정이다. 그 배경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진 가운데 최근 증시에서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다올투자증권과 삼천리,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하림지주, 선광,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은 하한가로 마감했다. CJ도 장중 전 거래일 대비 28.15% 급락해 하한가에 근접했으나 낙폭을 줄여 12.70% 내렸다. 

    해당 종목들의 공통점은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나왔다는 점이다. SG증권은 이날 다올투자증권(61만6762주), 삼천리(1만3691주), 대성홀딩스(1만1909주), 서울가스(7639주), 세방(12만1925주), 하림지주(191만2287주), 선광(4298주), 다우데이타(33만8115주), CJ(19만7806주) 등을 대량으로 순매도했다.

    8개 종목 모두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주식 수가 적다는 점, 연초부터 주가가 조금씩 상승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주식 매도 시 시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상 분할 매도하지만 이번처럼 여러 종목 매도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건 상당히 드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례적인 상황에 증권가는 온종일 뒤숭숭했다. 오전부터 장 중 이와 관련한 풍문이 담긴 여러 지라시도 퍼졌다. 

    일각에선 SG증권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롤오버(만기연장)가 되지 않아 반대매물이 쏟아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문직 고객 대상으로 운영되던 한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풍문도 구체적으로 돌았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TRS)이다.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투자자가 40%의 증거금률로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는데,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주문해도 주문 집행이 이뤄지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매도 물량이 집계된다. 

    이 중 일부 종목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지난 24일 거래소는 8개 종목 중 다올투자증권, 서울가스, 선광 등 3종목에 대해 소수계좌 거래집중(상위 10개계좌의 매도·매수 관여율이 40% 이상 등)으로 인한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대형 증권사 한 PB는 "사모펀드가 다단계 형식으로 고액자산가인 의사 등을 대상으로 투자받고 주가를 올렸다가 사고가 나면서 당국 조사를 피해 급하게 매도했다는 등 급락 배경에 대한 이런저런 추측들이 오가며 종일 뒤숭숭했다"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밝혔다.

    SG창구는 A증권사의 차액결제거래(CFD)로 추정된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지라시에 거론된 증권사는 해명에 진땀을 뺐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증권사로 추정 거론되면서 종일 대내외적으로 발생한 문의로 정신 없었다"면서 "파악 결과 당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선을 그었다.

    해당 종목들의 신용잔고 비율도 높았다는 점에서 최근 증시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401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9조8632억원, 코스닥이 10조5385억원을 기록해 코스닥 시장 빚투 규모가 유가증권시장을 앞질렀다.

    그중에서도 이번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은 신용거래 비중이 높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달 17∼21일 기준 코스피 종목 전체의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은 1.51%이지만 다올투자증권의 5일 평균 신용융자 잔고율은 14.27%에 달했다. 세방(12.29%)과 삼천리(10.77%), 대성홀딩스(6.67%), 서울가스(7.26%) 등도 평균을 웃돌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좌들의 반대매매가 시장에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CFD 거래 관련 데이터는기술적으로 접근, 분석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있다"면서도 "신용융자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볼 경우 수급 변동성 확대 원인은 높아진 레버리지 부담이었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주가 폭락세의 여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아질수록 주가 하방 위험이 발생할 경우 급매 현상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9시10분 현재 삼천리(-29.99%), 대성홀딩스(-29.97%), 서울가스(-29.92%), 세방(-29.85%), 하림지주(-13.57%), 선광(-29.98%), 다우데이타(-30.00%)는 전날에 이어 급락하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FD 거래 청산을 비롯해 여러 원인 추정이 있으나 신용잔고율이 시장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구간에서 레버리지 관련 물량의 청산 가능성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